앵커: 북한의 고위 외교 관리가 조만간 유럽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이러한 적극적인 북한의 외교 행보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리수용 외무상은 앞서 동남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를 순방한데 이어 이달 말에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강석주 노동당 국제비서는 이번 주말 열흘 정도 벨기에 즉 벨지끄와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4개국 순방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 한국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3일 서울에서 한 특강에서 최근 북한이 고립을 탈피하고 경제난을 완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북한은 일본,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힘쓰고 있고 리수용 외무상과 강석주 비서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겠단 의지를 내보였다는 것입니다.
윤병세 장관: 이러한 북한의 행태는 그만큼 북한이 고립되고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절박한 상황에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한국학연구소의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부소장도 이러한 윤 장관의 분석에 동의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핵무기를 개발하면 여러 어려움이 해결될 것이라 믿었지만 이는 오판이었고 오히려 더 어려워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례적인 외교 행보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스트라우브 부소장: 북한 당국이 큰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핵무기 개발이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켰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나선 것입니다.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하지만, 강석주 비서와 리수용 외무상의 이러한 외교 행보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고위 관리들이 기존의 북한 입장, 즉 미국의 위협에 맞서 핵을 개발했으며 앞으로도 핵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주장을 유럽과 미국, 또 유엔에서 되풀이할 것이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스트라우브 부소장: 북한은 (핵문제 등) 중요한 문제와 관련한 기본 입장에 조금도 변화를 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강 비서와 리 외무상이 조만간 국제무대에서 내놓을 메시지는 최근 북한의 입장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입장이 북한 고위 관리들에 의해 되풀이된다면 국제사회의 반응은 더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도 최근 북한의 적극적인 외교 행보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일 정례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의 최근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미국의 기존 대북 인식에 변화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젠 사키 대변인: 미국은 북한의 호전적 수사와 (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습니다.
국무부 측은 또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국 관리가 강석주 비서와 회동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No plans for U.S. officials to meet with Mr. Kang.)
그러면서 강 비서의 유럽 순방 관련 질의는 그가 방문하는 국가에 직접 하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