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 북한서 일제시대 호칭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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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서 시장경제 움직임이 활성화되면서 생산수단을 소유한 돈 주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이들에 과거 일제시대 호칭이 다시 사용된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돈주의 등장으로 과거 일제 이후 사라졌던 호칭들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평안북도 국경지방의 한 주민은 "요즘 돈 있는 사람들을 가리켜 돈주라는 사실은 외부에 많이 알려졌는데, 그들을 부르는 호칭도 어떤 생산수단을 소유했는가에 따라 다르다"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그는 "돈주가 차를 가지고 있으면 차주, 광산을 가지고 있으면 광주, 배를 가지고 있으면 선주, 땅을 가지고 있으면 지주, 이런 식으로 개념도 다양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신의주에서 중국과 해상무역을 크게 하는 홍 모 씨라는 사람은 사람들로부터 '홍 주사'로 불린다면서 "주사는 일제시기 사무에 밝고 돈 많은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사람들이 농담으로 붙인 것인데, 지금은 굳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홍 씨와 같은 무역업자들은 북한군과 보위부를 끼고 큰돈을 움직이기 때문에 권세가 대단해 일반 사람들은 주사라는 호칭을 재력가로 인식한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주사는 한국으로 치면 일반국가공무원에 해당하는 직급이지만, 북한에서는 자산가를 의미하는 말로 인식돼 일제시기 호칭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호칭은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끼리 항간에서 통하는 별칭으로 되고 있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40대의 한 탈북자는 "농촌에서 땅을 대량 경작하는 사람의 경우, 지주라고 하지만, 공식적으로 부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40대 탈북자: 농촌에서 가만 보면 여기저기 파고 많은 땅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사람을 가리켜 통상적으로 지주다, 이렇게 농담 식으로 그렇게 이야기해요.

그는 "돈 있는 사람들은 사회적 직위는 없지만, 부를 버스나 식당에 투자하고 실제적인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권력있는 사람들보다 더 귀한 손님으로 존대를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호칭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북한에 시장경제가 점차 정착되고 사적소유가 심화될수록 일제 때 사라졌던 호칭들이 더욱 빈번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