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외무대신은 17일 고위 행정자문역인 이지마 이사오 내각관방 참여의 북한 방문과 관련하여 한국과 미국 정부가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데 대해 "핵과 미사일, 납치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한다는 일본정부의 기본 방침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외무대신은 한국과 미국 정부에 사전 통보없이 이지마 이사오 내각관방 참여가 북한을 전격 방문하여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의 고위급 인사들과 면담하고 있는 문제와 관련하여 “일본정부는 북일 평양공동선언에 입각하여 핵과 미사일 납치 문제 등 제반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한다는 기본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시다 외무대신은 이어 “납치문제 해결없이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는 없으며, 대화와 압력을 병행하여 북한에 대처한다는 방침에도 아무런 변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16일 일본에 도착한 미국 국무부의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일본 외무성의 스기야마 신스케 아시아 대양주 국장과 회담한 자리에서 “북한과의 대화 창구는 항상 열려 있지만, 그것은 북한의 비핵화를 향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데이비스 대표는 또 회담이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나도 일본인 납치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일본정부와 국민을 지지하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한미일 3국이 긴밀히 연대해서 대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한편 일본 언론은 이지마 내각관방 참여의 방북 일정이 시종일관 북한의 의도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도쿄 신문은 “조총련 상공인의 주선으로 이지마 참여의 이번 방북이 실현됐다”고 지적하면서 “비밀리에 방북하여 북한의 분위기를 살피고 온다는 이지마 참여의 본래 목적이 북한의 대대적인 보도와 선전으로 크게 어긋났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4일 김철호 외무성 아시아 국 일본 담당 부국장을 평양 순안 공항에 파견하여 이지마 참여를 맞이했으며, 15일에는 대일본 외교의 핵심 당국자로 알려진 김영일 북한 노동당 국제비서가 이지마 참여와 면담했습니다.
그런 다음 16일에는 북한내 서열 제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아베 내각의 일개 자문역에 불과한 이지마 참여를 면담하는 영상과 사진을 공개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했습니다.
일본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미일 국제 공조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납치문제 해결을 미끼로 일본을 유인하고 있는 점이 지금으로부터11년전인 2002년과 매우 흡사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즉 2002년1월에는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이라고 선언했으며, 6월에는 ‘제2 연평 해전’이 일어나 북한의 고립이 심화되고 있었습니다.
당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런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그해 9월17일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평양으로 불러들여 일본인 납치를 처음 인정하고 평양 공동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일본 전문가들은 17일 오후 평양을 출발하여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이지마 참여가 일본에 귀국하여 어떤 보따리를 풀어 놓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북일 관계가 11년 전처럼 크게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