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북, 올림픽 참가 불구 핵문제선 요지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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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남북한이 9일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군사당국회담 개최 등에 합의했지만 지나친 기대감을 경계해야 한다는 미국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워싱턴의 정책연구소 헤리티지재단(The Heritage Foundation)의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 선임연구원은 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가 북한의 핵프로그램이나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 북한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남북한이 공동 입장하는 등 몇 차례 올림픽에 참가했지만 핵 정책의 변화로 결코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희망을 갖는 것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2015년 8월 목함지뢰 폭발사건 후 그 해 12월 남북한 실무회담 제안에도 결국 회담은 결렬됐지요. 북한이 서해 군 통신선을 복원하고 대화에 나선 것은 진전이지만 이를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이 한국이 제안한 한반도 비핵화 회담 재개나 설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공동 보도문에 언급하지 않은 점도 이 같은 사실을 말해준다고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북한 관리의 한국 방문을 위해 한시적으로 대북 제재를 완화할 것을 고려한다는 보도와 관련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유엔 대북제재 위반 등 북한의 도발 행위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미국의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비핵화 대화 재개 필요성에 대한 북한측 반응은 이번 고위급회담 북측 대표단의 방한 목적 중 하나가 미국과 한국의 동맹을 약화시키려는 것이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북한이 핵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 대표단이 핵 문제 논의를 거부하며 한국이나 중국,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을 향한 것이라고 말한 것은 그들이 미국과 한국의 동맹 관계를 이간시키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과의 대화와 군 통신선 복원 등은 분명 긍정적 전개이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한편 미국 해군분석센터(Center for Naval Analyses)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은 한국이 비핵화 문제를 언급한 것은 남북한 대화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안보나 경제지원 등에 대한 보장이 없이는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후 다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핵개발을 완성했거나 근접한 상황이라면 미국도 비핵화가 아닌 핵 동결을 시작으로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비핵화는 대화의 전제조건이 아닌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