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중국이 최근 북한 핵개발이 자국의 핵심 이익에 위배된다는 인식을 하면서 북핵 협상의 문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이 주장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윌리엄 페리 전 장관은 20일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과거와 달라지면서 앞선 두 행정부에서 열리지 않았던 북한과의 협상의 문(window for negotiations)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열려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페리 전 장관: 중국의 이익 때문에 당근과 채찍 즉 회유와 협박이 함께 담긴 협상 방안을 중국과 협력해 제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국, 한국, 일본이 당근을 제시하고 중국은 채찍을 내놓는 것입니다. 미국으로서는 가능하면 피해야 할 군사적 행동 이외에는 채찍이 없기 때문입니다.
페리 전 장관은 십 수 년간 북핵 문제에 우려를 하지 않는 것 같았던 중국이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하면서 한반도 전쟁 발발이나 한국과 일본의 핵보유가 자국의 핵심 이익을 해칠 가능성 때문에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페리 전 장관은 미국의 민간단체 ‘참여과학자연맹(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이 전화로 개최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협상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오판으로 인한 북한의 핵 사용 가능성을 우려하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북한의 핵보유는 정권유지를 위한 억지력 차원으로 핵을 사용한 기습공격이나 선제공격을 계획할 가능성은 없지만, 선제공격에 대한 대응수단으로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협상 1단계로 북한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나 수출 통제, 2단계로는 ‘핵 없는 한반도’를 궁극적 목표로 핵무기 감축을 제안했습니다.
이날 토론에 참가한 핵 과학자 지그프리드 해커(Siegfried Hecker) 박사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특사를 파견해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고, 북한의 핵 사용을 막기 위한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핵을 정권 유지를 위한 억지력 (deterrent)차원이 아니라 군사적·외교적 강압 수단(military and diplomatic coercion)으로 사용하려 한다는 설명입니다.
해커 박사는 2009년경부터 핵무기 개발을 가속화해 북한은 현재 20여 개의 핵무기를 제조 가능한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을 보유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해커 박사 : 현재 북한은 200-450킬로그램의 고농축 우라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플루토늄 보유량까지 합하면 20개에서 25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연료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토론을 이끈 ‘참여과학자연맹’의 데이빗 라이트 박사는 북한은 지금까지 8차례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 시험 발사 중 단 한 번 만 성공한 상태에서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없이 핵무기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이 북한과 발사시험동결(freeze in flight testing) 협상이 가능한 시기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