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사전조치’ 구체적 협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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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핵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이 유연한 입장을 취하기로 한 것으로 보도됐지만, 한국의 외교부는 10일 좀 다른 설명을 내놨습니다. 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에 "문턱"을 낮춰주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협의된 건 없다는 겁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미·일 3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워싱턴 현지시간으로 지난 7일 회담을 갖고 북핵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북한에 제시해 온 ‘비핵화 사전 조치’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보도가 각 언론에서 9일부터 쏟아져 나왔습니다.

수석대표 회담에 관여한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한 이 보도는 북한이 최근 4차 핵실험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간 한·미·일 3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전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해왔기 때문에 “사전 조치에서 ’사전’이라는 말이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를 조금 더 유연성을 가지고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이 고위 당국자의 발언은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북한에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문턱을 낮춰주는 방안이 논의됐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외교부는 10일 북핵 6자회담의 재개 조건에는 변화가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정부는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보장이 있고,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차단할 수 있다면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북한에 ‘문턱’을 낮춰주는 식의 논의를 한·미·일 3국의 수석대표가 구체적으로 한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 이번에 사전조치 문제와 관련해서 한·미·일 3자 협의에서 구체적인 협의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미·일 3국은 미국과 북한이 2012년 2월 29일에 맺은 이른바 ‘2·29 합의’에서 약속한 것 이상의 비핵화 사전 조치를 북한이 취하지 않으면 대화를 재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당시 북한은 2·29 합의를 깨고 제3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기 때문에 북핵 대화의 재개를 위해선 더욱 강한 조건이 부과돼야 했다는 게 당국자들의 설명입니다.

2·29 합의는 미국이 북한에 식량 지원을 하는 대신,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우라늄 농축을 포함해 영변에서 핵 활동을 임시 중단하며,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의 복귀를 받아들이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화가 없는 상태에서 북한은 핵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대화를 재개할 필요성이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화 재개의 조건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북핵 대화 재개를 위한 논의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해 북핵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당히 진척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 2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난 케리 미 국무장관은 “미·중 양국이 북한 비핵화 촉진과 관련한 서로의 안(案)을 제시했다”며 “양측은 지금 구체적인 조치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같은 배경을 고려할 때 현재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끝나고 5월이 오면 북핵 대화의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 다시 활발하게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