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영변 핵시설 안전성 문제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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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동북아시아가 방사능 공포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북한 핵시설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특히 영변 핵시설에 대한 점검이 시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핵개발에 참여했던 과학자의 아내 김혜숙 씨가 탈북한 것은 고난의 행군이 끝나갈 무렵인 1998년입니다.

김 씨는 이후 북송된 뒤 2007년에 다시 탈출해 한국에 왔습니다.

김 씨는 한국에 오자마자 자전 소설 ‘인간이고 싶다’를 출간해 세간의 화제를 모았습니다.

비록 소설이지만, 주목을 받는 이유는 자기의 생애와 생활 체험을 소재로 다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정치범수용소의 실태는 물론, 영변 핵시설에 대한 심각성을 알렸습니다.

소설에서 김 씨는 북한 핵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의 아내로 나옵니다.

남편은 1980년대부터 영변 핵시설에서 근무했는데, 방사능에 노출돼 갖은 고생을 합니다.

‘남편의 피부가 벗겨지면서 하얀 맨살이 드러났고 이가 빠져 40대에 틀니를 했으며, 간경화가 심해졌다’는 등 방사능 피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상세히 묘사했습니다.

방사능으로 피부가 벗겨질 정도면 연간 50m㏜(밀리시버트)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됐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일반인의 연간 방사선 허용치가 1m㏜(밀리시버트)를 감안하면 50배가 넘는 엄청난 수치입니다.

그렇다면 책 속에 나오는 김 씨의 남편은 핵폐기물을 안전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만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많은 탈북자들은 영변에서 핵폐기물이 마구 버려지고 있으며, 인근 주민들은 기형아를 출산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탈북자 박건하 씨입니다.

박건하

: 북한 사람들은 영변에 핵발전소가 있고 방사능이 나온다는 거 다 알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영변쪽에 사는 사람들의 수명이 짧다는 얘기도 많이 합니다. 보통 50살 지나서 사망한다고 들었어요. 60살만 살아도 오래 살았다고 하거든요.

북한의 핵시설은 평안북도 영변에 집중돼 있습니다.

1965년에 소련이 만들어준 실험용 원자로와 1986년에 건설한 5 메가와트급 원자로, 그리고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재처리 방사실험실, 핵연료를 만드는 핵연료가공공장도 영변에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2009년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을 추방한 뒤 안전성 여부를 국제 수준에서 따질 수 없다는 겁니다.

일부에선 방사능 오염이 이미 위험 수준에 도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핵 전문가들은 북한의 기술 수준보다 정보 부족을 더 큰 불안 요소로 꼽고 있습니다.

또 사고가 나도 북한 체제 특성상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방사능 재앙을 막기 위해서라도 영변 핵시설에 대해 어느 때 보다 냉철한 평가가 요구되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