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문제 관련 입장 변화 없어”

사진은 지난해 8월 중국 지린성의 창춘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를 하는 모습.
사진은 지난해 8월 중국 지린성의 창춘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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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중국의 후진타오(호금도)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통해 6자회담 재개와 한반도 비핵화에 의견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과 중국의 이러한 입장이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5일 후 주석과 만나 "한반도 정세의 완화를 희망하고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해 갈 것이며,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주장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관영 언론도 북한과 중국 두 나라 정상이 6자회담 재개와 한반도 비핵화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지만 구체적으로는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이 "장애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 동북아시아 지역의 전반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인정하면서 이를 위해 의사소통과 조율을 잘해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러한 중국과 북한 관영 언론의 보도와 관련해 미국의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더 구체적인 회담 결과가 알려져야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면서도 일단 북한의 기존 입장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Straub:

중국 언론 보도를 보면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분위기인 반면 북한 언론은 장애요소를 언급하는 등 북한의 입장은 과거와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번 북중 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전반적인 한반도 정세가 크게 변할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습니다.

스트라우브 전 과장은 특히 미국 정부가 북한의 식량실태를 직접 조사한 이후 설령 대북식량 지원 재개에 나선다 해도 남북관계 진전이나 비핵화 문제와 관련한 북한의 태도에는 별 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 위원장이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바란다고 밝힌 데 대해 미국 해군분석센터(CNS)의 켄 고스 해외지도부연구담당 국장도 북한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한 것으로 진정성이 있다기보다는 자신이 대화 재개의 걸림돌이 아니라는 점을 선전하기 위한 언급이라고 평가했습니다.

Gause:

The North Korea does not want to be seen as being obstructionist party here to the resumption of 6-party talks.

고스 국장은 북한이 6자회담을 재개하자고 손쉽게 말할 수 있지만 한국과 미국의 입장은 다르다면서 앞으로 6자회담 재개 등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의 언급과는 별 상관없이 남북관계의 진전 여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는 주된 목적은 6자회담 등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중국으로부터 경제지원과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 있다면서 이번 북중 정상회담으로 인해 특별히 북핵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의 마크 토너 부대변인도 26일 정례기자설명회에서 김 위원장의 6자회담 재개 발언에 대한 미국 측 반응을 묻는 질문에 회담 재개의 첫 단계는 남북한 관계의 진전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토너 부대변인은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한 노력(good faith effort)을 기울일 필요가 있고 또 도발 행위도 중단해야 한다면서 이런 측면으로 진전이 있을 때만 다른 문제들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