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중국의 후진타오(호금도)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통해 6자회담 재개와 한반도 비핵화에 의견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과 중국의 이러한 입장이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5일 후 주석과 만나 "한반도 정세의 완화를 희망하고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해 갈 것이며,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주장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관영 언론도 북한과 중국 두 나라 정상이 6자회담 재개와 한반도 비핵화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지만 구체적으로는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이 "장애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 동북아시아 지역의 전반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인정하면서 이를 위해 의사소통과 조율을 잘해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러한 중국과 북한 관영 언론의 보도와 관련해 미국의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더 구체적인 회담 결과가 알려져야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면서도 일단 북한의 기존 입장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Straub:
중국 언론 보도를 보면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분위기인 반면 북한 언론은 장애요소를 언급하는 등 북한의 입장은 과거와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번 북중 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전반적인 한반도 정세가 크게 변할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습니다.
스트라우브 전 과장은 특히 미국 정부가 북한의 식량실태를 직접 조사한 이후 설령 대북식량 지원 재개에 나선다 해도 남북관계 진전이나 비핵화 문제와 관련한 북한의 태도에는 별 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 위원장이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바란다고 밝힌 데 대해 미국 해군분석센터(CNS)의 켄 고스 해외지도부연구담당 국장도 북한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한 것으로 진정성이 있다기보다는 자신이 대화 재개의 걸림돌이 아니라는 점을 선전하기 위한 언급이라고 평가했습니다.
Gause:
The North Korea does not want to be seen as being obstructionist party here to the resumption of 6-party talks.
고스 국장은 북한이 6자회담을 재개하자고 손쉽게 말할 수 있지만 한국과 미국의 입장은 다르다면서 앞으로 6자회담 재개 등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의 언급과는 별 상관없이 남북관계의 진전 여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는 주된 목적은 6자회담 등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중국으로부터 경제지원과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 있다면서 이번 북중 정상회담으로 인해 특별히 북핵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의 마크 토너 부대변인도 26일 정례기자설명회에서 김 위원장의 6자회담 재개 발언에 대한 미국 측 반응을 묻는 질문에 회담 재개의 첫 단계는 남북한 관계의 진전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토너 부대변인은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한 노력(good faith effort)을 기울일 필요가 있고 또 도발 행위도 중단해야 한다면서 이런 측면으로 진전이 있을 때만 다른 문제들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