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평양 강남군에 대형 유조탱크 매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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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유사시 평양 방어부대에 연유, 즉 연료용 기름을 공급하기 위해 대형 유조 탱크를 설치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중국 단동에서 직접 송유관을 통해 연유를 공급받을 계획이었지만, 단 한 차례도 기름 탱크를 채우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보도에 최민석 기자입니다.

북한이 평양시 강남군에 전쟁예비물자인 기름보관용 대형 유조탱크를 여러 개 묻어놓은 사실이 최근 자유아사이방송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북한군 군사건설국에서 10년간 복무했던 한 소식통은 1980년대 말에 북한군이 대형 연유탱크 5개를 평양시 강남군 고천리 일대에 묻었다면서 이 연유탱크의 목적은 중국으로부터 연유를 받아 평양시 위수부대들에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1일 밝혔습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연료탱크설치 공사는 1980년대 북한군 군사건설국장이었던 안피득 중장이 직접 지휘했고, 군사건설국 산하 2개 연대가 근 10년간에 거쳐 완성했습니다.

북한군은 강남군 고천리 일대의 한 야산에 대형 구덩이를 팠고, 거기에 콘크리트를 친 다음 원형 쇠 통 5개를 묻었는데, 한 개 탱크의 용적은 약 5만 톤가량 된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북한군은 이렇게 대형 유조 탱크를 묻은 다음 그 위에 나무를 심어 위장시켰고, 현재 인민군 한 개 중대가 경비를 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연유 저장고 공사에 직접 참가했던 이 소식통은 "북한군은 이시기 중국 단동에서 탱크까지 연결되는 송유관 공사도 병행했고, 관을 통해 들여온 연유를 채워 넣게 돼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송유관은 평안북도 피현군 백마화학공장을 거쳐 선천군, 정주시, 안주시 등을 거쳐 평양시 강남군까지 연결되었으며, 송유관이 내려오는 중간지점인 평안남도 대동군 시정구에 중간 저장소가 설치되어 인근 부대들이 기름을 받을 수 있게 설계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대동군 일대에 주둔한 평양방어사령부(91훈련소)산하의 장갑차와 탱크들은 물론, 평양고사포 사령부 산하 포 견인차들이 유사시에 신속하게 기름을 공급받아 기동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북한군이 이렇게 탱크에 기름을 넣을 채비를 마쳤지만, 중국이 기름을 잘 공급해주지 않아 거의 비어있을 거라는 관측입니다.

이 소식통은 최근 중국이 원유를 제공하지 않아 북한 봉화화학공장이 가동을 멈추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자신이 군사 복무할 때도 이 원유탱크에 기름을 절반도 채우지 못했는데, 더구나 올해 3월과 4월에 북한이 대규모 전쟁연습을 하면서 기름을 뽑아 썼기 때문에 탱크가 대부분 비어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과거에도 중국이 기름을 잘 대주지 않자, 북한군 장령(장성)들은 "중국 때문에 우리가 낭패 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면서 "그래도 울며 겨자 먹기로 중국에 붙어야 하는 게 우리(북한)의 현실이라고 한탄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