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직 정보맨, 대북 ‘대화’ ‘제재’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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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해야 할지를 놓고 미국의 전직 정보기관 관리들이 뚜렷한 입장차이를 보였습니다. 북한의 핵개발이 더 진전되는 걸 막기 위해 미국이 당장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과 대북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 토론회 현장을 박정우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북한의 의도를 알아보기 위해서라도 대화에 나서야 한다.”

“수용할 수없는 대화 조건을 내건 북한엔 제재가 필요하다.”

11일 오후 미국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미국의 대북정책에 관한 공개 토론회에서 전직 미국 정보기관 관리들은 대화재개와 제재강화를 놓고 팽팽히 맞섰습니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전미북한위원회(NCNK)가 주최한 이날 행사의 토론자는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대 연구원과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먼저 한미군사훈련과 핵실험을 잠정 중단하자는 북한의 제안에 대해 칼린 연구원은 미국이 곧바로 거부하는 대신 일단 만나서 얘기를 들어봐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칼린 : 제 생각에는 북한의 제안은 협상을 시작하자는 신호였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과 국무부에서 대북정보 분석업무를 맡고 북미협상에도 참여했던 칼린 연구원은 북한이 잠정적이긴 하지만 핵실험 중단을 먼저 제안한 데 주목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북한과 대화에서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무엇이 가능한지 모색하기 위한 탐색적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겁니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당시 북한이 보유했던 핵무기(6기 정도로 추정) 제조용 핵물질이 현재 2~4배(12~25기)로 늘었고 내년 말까지 최대 8배(20~48기)로 급증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반면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은 미국과 대화하는 중에도 핵개발을 계속했다며 대화 중단이 북한의 핵능력 제고로 이어졌다는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북한이 과거에도 대화를 제안해 놓고는 몰래 핵개발을 계속해온 전력이 있다며 대화의 진정성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겁니다.

그는 이어 북한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걸 뻔히 알면서 군사훈련과 핵실험 잠정 중단을 맞바꾸자는 제안을 내놓았다며 평가절하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 북한이 이번 제안의 배경이라고 말한 한반도 긴장완화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주변국을 상대로 도발하지 않아야 합니다.

미국 중앙정보국 출신의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이 2.29 합의 등 국제사회와 한 약속을 지키고 군사훈련을 축소하는 게 더 합당한 제안이 될 거라고 덧붙였습니다.

두 전직 정보기관 관리들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주장대로 정권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는가를 놓고도 의견을 달리했습니다.

칼린 연구원은 미국이 김정은 정권교체를 실제 추구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북한이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북한붕괴’ 발언을 문제삼았습니다.

반면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이 대북제재를 더 강화할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며 정권교체를 추진하고 있다고 볼 만한 정책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