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국과 본격적인 기싸움을 예고한 북한이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인선이 마무리될 때까지 추가 도발을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화성-14형’의 시험 발사 직후 이를 미국에 대한 ‘선물 보따리’에 비유하며 앞으로 심심치 않게 크고 작은 ‘선물 보따리’를 자주 보내주자고 말했습니다.
한국 군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향후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급 미사일을 추가로 발사하거나 6차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지난 5일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에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며 이는 폭발력이 증대된 핵실험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 :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북한의 핵 미사일 무력 완성이 국가적 목표이기 때문에 아마 핵 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은 높다고 봅니다.
북한은 이와 함께 ‘화성-14형’과 같은 ICBM급 미사일의 추가 발사를 통해 ICBM 기술을 완성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시도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됩니다.
북한이 ‘화성-14형’을 미국 본토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시험발사를 통해 핵심 기술을 검증해야 할 것으로 한국의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이번 발사의 경우 급하게 이뤄진 측면이 있는 만큼 실전배치를 위해선 ‘화성-14형’의 추가 발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 4월 북한의 태양절 열병식 때 등장했던 ICBM 2종 가운데 아직 등장하지 않은 고체연료 엔진의 ICBM, 일명 ‘북극성-3형’을 발사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전망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억제력 완성을 위한 추가 도발을 통해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유도함으로써 인도나 파키스탄과 같은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핵 동결을 대가로 외교, 경제적 실익을 극대화함으로써 체제 보장과 함께 미국, 한국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 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한동대 박원곤 교수 : 북한은 파키스탄이나 인도처럼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은 상태에서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평화협정을 맺는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핵 포기나 핵 폐기가 아닌 일정 수준의 핵을 보유한 채 미국과의 핵 군축 협상을 통해 체제 보장과 주한미군 철수,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이에 따라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인선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전략적 도발을 이어가며 자신들의 몸값을 최대한 올린 뒤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려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 : 현재 북한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나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입장에서는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미국에 대한 자신들의 협상 카드, 즉 ICBM 카드를 고도화,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미국의 대북정책과 인선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북한의 도발 국면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됩니다.
여기에다 북한의 ICBM 발사 이후 조성된 한미일과 중러 사이의 현격한 입장 차는 북한의 전략적 입지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북한의 ICBM 발사로 지난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긴급 소집됐지만,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는 미국과 달리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했습니다. 결국 러시아의 반대로 대북 규탄 성명채택은 무산됐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 냉전 구도가 형성되는 것은 북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며 이는 북한에게 자칫‘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