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북 체제 동요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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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북한에서 "체제 동요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도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북한 정권을 향한 발언의 강도가 점차 세지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며 북한 체제의 내구성이 “심각하게” 약해진 상태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날 발언은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태영호 공사가 최근 한국으로 망명한 가운데 나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북한의 주요 인사들까지 탈북과 외국으로의 망명이 이어지는 등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면서 체제 동요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남측 대통령이 북한의 체제 안정성에 대해 직접 평가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즉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를 놓고 남한 내에서 한 달 넘게 갈등이 이어지는데다 청와대 핵심 보좌관이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된 상황 등도 박 대통령이 이날 발언의 수위와 내용을 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박 대통령은 북한 정권이 “체제 동요를 차단하고 추가 탈북을 방지하며 남한 사회에 혼란을 조장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도발을 저지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체제 유지를 위해 극단의 길을 가고 있고 핵심 엘리트층마저 이반하면서 탈북이 이어지는 지금은 잠시도 방심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도 말했습니다. 특히 이날 시작된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을 구실로 북한이 군사적으로 도발할 가능성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위협인 만큼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훈련도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실전 같은 훈련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박 대통령의 북한 체제와 관련한 발언의 강도가 급격히 높아진 건 지난 2월부터입니다.

‘체제 붕괴’라는 표현도 이미 지난 2월 16일 국회 연설에서 등장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핵 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아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 정권이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고 있다”거나 “극한의 공포정치로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고도 비판했습니다. 이러한 북한 정권을 강력한 제재를 통해 “반드시 변화시키겠다”고도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지난 1월 핵실험에 이은 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남한 정부로 하여금 개성공단 운영을 중단하게 하는 등 강경기조 일색의 대북정책을 구사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합니다.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계기로 박 대통령은 다시 한 번 북한 정권을 상대로 작심하고 강경 발언을 내놓습니다. 한반도 통일이 북한 당국의 “간부”와 “주민” 모두에게 “차별과 불이익 없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북한의 일반 간부와 주민을 통일의 수혜자로 언급함으로써 한국 정부가 이들과 집권세력을 분리해 접근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해석입니다.

한발 더 나가 22일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체제의 동요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정부 당국자는 “대통령은 큰 흐름과 지금의 정세 상황을 가지고 종합적인 판단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 따른 국제적 고립과 북한 내부의 어려움, ‘200일 전투’ 등 동원체제로 인한 주민 불만, 태영호 탈북 등 엘리트층의 이반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합뉴스에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