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교류 협력이 다방면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러 양국이 서로 의존하는 상황이란 지적이 나왔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로두철 내각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북한 대표단은 지난 14일부터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렸던 ‘북러 친선의 해’ 개막 행사에 참석한 후 17일 귀국했습니다.
북한 대표단은 이번 방러 기간 러시아 측과 문화학술 협력 계획, 양국 간 국제자동차 운송 협정, 또 중앙은행 간 협력 의정서 등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도 이례적으로 지난 16일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해 미국과 핵전쟁도 불사하겠다며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현영철 부장과 만나 다음 달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기대한다며 앞으로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 관계가 다방면에서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평양을 방문한 러시아의 바체슬라브 레베제프 최고재판소장은 17일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예방하고 양국 간 교류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북러 간 협력은 다음 달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행사에 러시아의 기대처럼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실제로 참석할 경우 그 절정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급격히 친밀해지고 있다면서 이들이 고립을 타개하기 위해 상호 의존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일부 합병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를 극복하고 북한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러시아와 북한의 밀월 관계가 얼마나 지속될 지, 또 김정은 제1위원장이 다음 달 러시아를 실제 방문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러시아 출신의 한국 국민대학교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이익이 될 때만 북한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란코프 교수: 현재 러시아는 자국의 국익과 주민들의 안보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외교정책을 현실주의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과거 소련은 국제적 영향력 강화와 사회주의 체제 확산을 위해 외교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현재 러시아는 그렇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한국 외교부의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지난달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를 위해 러시아를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베이징에 부임한 한국의 김장수 주중 대사는 김 제1비서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에 대해 이를 확신하는 러시아와는 달리 중국 측은 ‘끝까지 가봐야 안다’는 분위기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