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유엔 총회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서방세계와 북한 간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다음 주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로 오는 17일부터 8일 간 러시아를 방문하는 최룡해 비서는 러시아 측과 광범위한 정치, 경제 사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가운데 다음 주 유엔에서 표결에 부쳐질 북한인권결의안 등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에 맞선 북러 간 공조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러시아 사회과학원의 한반도 전문가 게오르기 톨로라야 박사는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최룡해 비서가 러시아를 방문하면 인권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톨로라야 박사: 최룡해 비서는 러시아 측과 유엔에서 논의되고 있는 북한인권결의안 문제를 포함한 광범위한 사안을 논의할 것입니다.
러시아 외교관 출신의 톨로라야 박사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태어나기 전부터 지속돼 왔던 북한 내 인권 상황과 관련해 김 제1위원장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것이 다소 ‘이상하다(strange)’고 말해 이러한 접근이 적절치 않다는 러시아 측 정서를 대변했습니다.
한국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최룡해 비서가 러시아를 방문하면 김 제1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문제와 북한 인권 또 북러 간 경제협력 문제를 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정성장 박사: 김정은의 방러, 푸틴의 방북 문제를 준비하기 위한 것으로 봅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의 대북인권 압력에 대해서 함께 공조를 유지하는 방안, 또 경제 분야 등에서 협력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톨로라야 박사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나 북러 간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전망하는 것은 아직 이르고 최룡해 비서의 방러 결과를 두고 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톨로라야 박사는 또 최근 북한의 적극적인 대 러시아 접근이 북한에 소원한 태도를 보이는 중국을 자극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에 대해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북한이 냉전시대 중국과 구소련 사이에서 취했던 이른바 ‘등거리 외교’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성장 박사는 꼭 북한이 중국을 자극하려는 의도라기보다는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사정상 여의치 않자 러시아 방문에 먼저 나서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려는 시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성장 박사: 김정은은 베이징을 먼저 가는 것을 선호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순탄치 않은 상황에서 먼저 러시아를 방문하고 그 다음 베이징을 가는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방중에 앞서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천명하길 원하고 있지만 북한 측은 그럴 의지가 없어 보여 북중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은 요원하다는 게 정 박사의 설명입니다.
이런 가운데 인권 문제의 정치화를 반대한다며 유엔 총회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중국 정부는 최룡해 비서의 러시아 방문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 고위층의 러시아 방문 관련 보도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북한의 대외협력과 교류 왕래를 일관되게 지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미국의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기자설명회에서 최룡해 비서의 방러 소식을 알고 있다면서 북한 특사의 방러에 대한 우려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우려와 관련해 러시아 측과 정기적으로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