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가 18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과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가 최선희 북미국장과 한반도 문제에 관한 솔직한 견해를 주고 받고 상호 이해를 증진했다고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측이 18일 밝혔습니다. 이들은 복잡한 외교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같은 만남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로 합의했습니다.
북한의 대미협상을 총괄하는 최 북미국장과 러시아 대사의 접촉은 최근 러시아가 북핵 협상 중재에 적극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나와 주목됩니다.
앞서 미국 유력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6일 북핵 위기 속에서 러시아의 개입이 늘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가 최 북미국장이 이달 말 러시아를 방문하도록 초청했다고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조셉 윤(Joseph Yun)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지난 12일과 13일 러시아를 방문했습니다. 국무부의 카티나 애덤스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대변인은 1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윤 특별대표가 현재 미국이 추진 중인 강력한 대북 압박 정책의 일환으로 러시아 외무부 관리들과 북한 문제에 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적인 비핵화라는 목표를 위한 ‘협상’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 17일 미국 CBS 방송(Face the Nation)에 출연해 한 발언을 강조했습니다.
틸러슨 장관 : 미국은 북한이 (대화의) 준비가 된다면 미국은 대화할 수 있다는 신호를 수 차례 보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으로 대응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 등 도발적 행동을 중단하고 위협적 발언의 수위를 낮추는 등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대화를 할 준비가 됐다는 징후를 기다리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틸러슨 장관은 미국이 현재 추진하는 외교적 노력을 통한 ‘평화적 압박 캠페인’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군사적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오스트랄리아국립대학의 러시아 출신 전문가 레오니드 페트로프 박사는 러시아가 북핵 문제에 있어 미국과 북한 간의 새로운 협상 방식(new format for negotiations)을 만들어 내려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고위급이 아니라 전문적인 협상가들이 만나 ‘군사적 행동’ 대신 ‘외교적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은 러시아가 아닌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원하며 중국과 러시아 간의 등거리 외교를 통한 실리추구에 나선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남북한 간 대화 재개가 시급하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러시아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 발사 등의 중단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이른바 ‘쌍중단’ 등을 제시하며 미국과 한국, 일본 등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를 통한 최대 대북 압박이 아닌 정치적, 외교적 해법을 주장해 왔습니다.
한편,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 IISS)의 매튜 코티(Matthew Cottee) 연구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사회간접시설 투자, 북한 노동자 고용 등을 통해 대북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증가시키며 북핵 문제에 있어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