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출신 탈북자 “북한군 근무환경 매우 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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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최근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 군인의 영양 상태가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군의 근무 환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이 귀순 병사가 민정경찰 소속일 경우 전반적인 북한군의 근무 환경이 상당히 열악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이나 비무장지대에 근무하는 북한의 민정경찰(민경) 등에 대한 보급은 일반 부대보다 월등히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귀순한 북한 군인이 민경 소속이라면 전반적인 북한군의 근무 환경은 더욱 열악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탈북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귀순한 북한 군인이 판문점 대표부 소속인지 여부는 현재 한국 정부가 확인 중입니다.

1971년부터 9년여를 북한 2군단 3사단 민경대대에서 근무했던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에 따르면 당시까지만 해도 민경 소속 군인들에 대한 보급 상황은 좋았습니다. 백미와 고기, 과일 등 식료품 공급과 기생충, 각종 질병 예방 등을 위한 조치도 활발히 진행됐습니다. 7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백미와 옥수수가 섞인 잡곡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배고픈 상황은 아니었다고 안 소장은 말합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 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까지는 거의 매일 백미에 고기가 나왔습니다. 그 외에 건빵 등도 넉넉하게 보급돼서 배고프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70년대 중반부터 북한 경제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조금씩 대우가 안 좋아졌습니다.

안 소장은 이어 “귀순한 하전사가 민경 소속이라면 북한군 상황이 전반적으로 더욱 열악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특별대우가 필요한 인력에도 대우를 못 해주는 상황인 것 같다”고 추정했습니다.

지난 2001년부터 2008년까지 강원도 원산에서 상사로 근무한 탈북자 박소정 씨는 “귀순한 북한 병사가 간부가 아닌 하전사였기 때문에 보급 자체가 안 좋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일반 군부대의 상황은 더 열악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일반 병사들은 강냉이밥과 절인 무, 절인 배추, 절인 무와 배추를 넣은 소금국으로 식사를 합니다. 아침, 점심, 저녁의 식단이 똑같습니다. 쌀이 섞여 있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설명입니다.

박소정 : (이번에 귀순한 북한 병사가) 배고픔을 못 참아서 옥수수밭에서 옥수수를 따 먹거나 이런 경험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우리 부대에서도 신병 때부터 배고픈 것을 못참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두부를 만드는 비린 생콩을 따 먹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지난 1998년부터 2003년말까지 함경남도 리원에서 근무한 탈북자 이현우 씨도 당시 북한 일반 병사들의 영양 상태가 안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도 하루 세끼를 강냉이밥과 시레기국, 염장 배추로 먹었습니다.

국가적인 명절이나 휴일에 쌀을 섞은 밥이나 옥수수 국수 등이 간간히 나오지만 보급량도 적고 질도 떨어진다고 이 씨는 말했습니다. 일부 병사들은 군수품을 민간에 주고 양질의 음식을 얻어 먹었다고 합니다.

이현우 : 입대 이후 3년동안은 부대에서 주는 것만 먹습니다. 2~3년 정도 지나면 부대에서 주는 밥은 안 먹고 민간에 나가서 고기를 먹을 수 있습니다. 군수품, 군복 남는 것을 주고 얻어먹는 겁니다.

이 씨는 몸 안의 기생충을 제거하는 구충제도 보급받지 못했습니다. 다만 코에 고무관을 끼워 산소를 체내에 넣는 방식으로 기생충을 제거하는 조치를 받았다고 합니다.

현재 북한군의 근무 환경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탈북자들의 전언입니다.

한편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한국으로 귀순한 북한 병사는 2차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아주대 의료진의 설명입니다.

이 병사의 키는 170cm, 몸무게는 60kg에 불과합니다. 한국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의 2016년 평균 키인 173.5cm와 몸무게 70kg에 못미치는 수치입니다. 북한군의 평균키는 157cm, 체중은 47kg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