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영국 하원 군사위원회가 19일 개최한 청문회에서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들과 합의 없이 대북 선제공격을 한다면 한국 주도의 통일 한반도에서 미국이 아닌 중국의 전략적 이익이 더 클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 for Defence and Security Studies: RUSI) 의 말콤 차머스(Malcolm Chalmers) 부사무총장은 19일 미국이 단독 결정으로 한반도에 전쟁을 일으킬 경우, 중국에 오히려 전략적 이득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차머스 부사무총장 : 한국이 전쟁 후에 통일 한반도를 통제하는 결과가 오더라도 한국이 그 전쟁으로 입은 피해가 한미관계에 영향을 줄 겁니다. 한국은 이미 (통일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으니) 중국이 통일 한반도를 묵인한다면 더 이상 한미동맹을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차머스 부사무총장은 이날 영국 하원 군사위원회가 개최한 북핵과 미사일·사이버 능력에 관한 청문회에서 중국이 분단 한반도의 현상 유지를 바란다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통일 한반도가 미국과 동맹관계가 아니라면 중국도 통일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같이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미국이 한국, 일본, 영국 등 동맹국과 분명한 합의 없이 대북 선제 공격을 한다면 영국군의 지원 여부에 대한 논쟁도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차머스 부사무총장 : 영국군의 한반도 파견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전쟁이 어떻게 발발했는지, 누가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지가 될 겁니다. 북한의 도발로 시작됐고 한국과 일본이 지원을 요청한다면, 미국이 이들 국가의 동의 없이 전쟁을 일으킨 것과 달리 유엔 헌장에 따라 영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가 동참할 것입니다.

차머스 부사무총장은 북한이 선제 공격을 한다면 영국은 유엔 헌장에 따라 지원 요청에 응할 것이고, 또한 미국의 선제공격 시에도 만약 한국이 합의한다면 계산법이 달라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차머스 부사무총장 : 한국이 북한의 생화학 무기 위협보다 핵 위협이 더 크다는 판단 하에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면 영국 정부는 전쟁 개입 여부를 판단할 때 그 결정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핵무기 이외에 북한의 생화학 공격으로 한국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의 입장이 중요하다는 주장입니다. 그는 대북 저지와 견제정책(Deterrence and Containment)이 완벽하지 않지만 바람직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제러미 블랙햄(Jeremy Blackham) 퇴임 해군중장과 나이젤 잉크스터(Nigel Inkster)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선임고문도 미국의 독자적인 군사행동이 동아시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미국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