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뉴욕에서 범죄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탈리아인이 서울에 있는 동국대학교에서 북한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어서 화제입니다. 리카르도 페라레쏘 씨가 그 주인공인데요. 페라레쏘 씨는 범죄학과 북한학을 접목해 남북 통합 과정에서 기여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카르도 페라레쏘 씨는 뉴욕 시립대 (City University of New York) 존 제이 칼리지 (John Jay College of Criminal Justice)에서 지난해 범죄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서울에 있는 동국대학교에서 북한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범죄학과 북한학은 언뜻 보기엔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페라레쏘 씨의 관심사도 원래는 한국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함께 공부했던 한국인 친구 덕분에 거의 매일 한국 뉴스와 예능 프로그램을 봤다”는 겁니다.
박사 논문도 한국에 관해 썼습니다. “한국의 청소년 범죄와 관련한 자료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남성과 여성의 일반적인 범죄와 사이버 범죄를 비교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한국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북한으로 옮겨지더라”고 페라레쏘 씨는 말합니다.
리카르도 페라레쏘 박사: 전세계에 북한과 같은 나라가 없고 남북관계도 특별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민족이지만, 그리고 한국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넘게 지났지만, 남북 갈등의 해결은 여전히 어려운 것 같아요. 한국전쟁과 북한에 대한 책이나 영화를 보면 볼수록 저의 관심은 더 커졌어요.
요즘 페라레쏘 씨의 관심사 중 하나는 “남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탈북자에 대한 편견”입니다.
페라레쏘 씨는 “한국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탈북자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지만 신문과 방송 보도를 통해 북한 정권에 대한 나쁜 소식을 많이 접한다”면서 “그렇다 보니 한국 사람들의 북한과 북한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것 같다”고 평가합니다.
남한 사람들의 탈북자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는 방법과 관련해 페라레쏘 씨는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북한 사람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들려주는 게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합니다.
그 방법 중 하나로 페라레쏘 씨는 요즘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몇몇 예능 프로그램을 주목합니다. “탈북자가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논문을 써보고 싶다”고도 말합니다.
리카르도 페라레쏘 박사: 현대사회에서는 대중매체가 큰 역할을 하는데요. 탈북자들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한국 시청자의 탈북자와 북한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는 데 효과가 있는지 분석하는 논문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석사 학위를 받은 이후 진로와 관련해 페라레쏘 씨는 “이제는 공부가 아니라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범죄학과 북한학을 접목할 수 있는 분야라면 더 좋겠다”고 덧붙입니다.
페라레쏘 씨는 “통일 이후 한반도에는 경제적사회적 불균형, 통합의 어려움, 북한 사람에 대한 사회적 낙인 등으로 인해 무엇보다 범죄율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지금부터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페라레쏘 씨는 “북한 문제가 국제적인 사안이지만, 남북 통일을 향한 출발점은 한국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에 머물면서 남북통일 과정을 촉진하는 데 적극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