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뉴욕에서 미국 측과의 접촉을 통해 노리는 것은 김정은 정권에 대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징적 인증(validation)이란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미국 동부 뉴욕에서 미북 간 ‘트랙1.5’ 접촉, 즉 북한 관리와 미국 전직 관리들의 접촉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주최 측이 수주 내에 열리길 기대하고 있다는 이번 미국 내 미북 접촉은 실제 개최된다면 5년 만의 일입니다.
미국 국무부는 아직 북한 대표단에 비자, 즉 입국사증을 발급하지 않았지만 최근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도발과 김정남 암살 정황 등으로 인해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다는 게 이 신문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보도와 북한 측 입장에 대해 미국 내 일각에선 그다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보도는 행사를 주관하는 측이 언론을 통해 국무부의 비자 발급을 압박하려는 차원에서 나왔고 북한 측은 미국 내 접촉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대화 상대로 인정했다는 상징적 선전 효과를 노렸다는 것입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조나단 폴락 박사의 말입니다.
폴락 박사 : 북한에서 온 관리가 미국을 여행한다는 상징적 중요성(symbolic importance)은 바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김정은 정권을 인증한다는 점입니다. 더구나 지금은 북한 요원이 당국의 명령을 받고 김정남을 암살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팽배한 상황입니다.
북한 측이 진정으로 핵포기 등 입장 변화를 보이려면 공식적 대화 통로를 이용하고 사적인 의사소통 창구를 통해 대화를 하려면 이를 비밀리에 추진해 그 진정성을 담보해야지 이런 식으로 언론에 알리면서 할 일은 아니라는 게 폴락 박사의 지적입니다.
미국 ‘애틀란틱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도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비핵화를 협상 의제로 삼을 의사가 전혀 없으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파악하기 위해 미북접촉을 시도하는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북한 측 입장을 직접 듣는 북한과의 접촉은 비록 북한 입장에 변화가 없더라도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의 동결을 1차 목표로 협상에 나서 이를 추구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문제는 북한이 핵동결을 대가로 요구할 반대급부라고 지적했습니다.
완전히 핵을 포기할 리 없는 북한이 핵동결 협상을 통해 노리는 것은 결국 파키스탄처럼 비공식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취급되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매닝 연구원은 또 북한의 핵시설을 전부 파악하진 못하고 있는 미국 측이 북한의 핵동결 약속을 제대로 검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한계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22일 북한 대표단에 비자 발급을 고려하고 있는지 여부를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습니다.
다만 트랙2 대화, 즉 민간접촉은 여러가지 주제로 전 세계 곳곳에서 정기적으로, 또 미국 정부의 개입 없이 독립적으로 개최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Track 2 meetings are routinely held on a variety of topics around the world and occur independent of U.S. government involv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