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NPT 평가회의 Q/A

2010 핵무기전파방지조약(NPT) 평가회의는 핵무기 보유국으로 등장하려는 북한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보입니다. 이 회의의 목적이 핵무기의 확산을 막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추구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유엔본부에서 열리는NPT 평가회의와 이런 세계적인 흐름에 반기를 드는 북한의 상관 관계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우선 NPT 평가회의가 무슨 사항을 다루는 회의인지부터 설명해 주시지요?

기자: NPT 평가회의는 핵무기의 확산 방지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목표로 삼고서5년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다자 국제협의체입니다. 이 회의는 1970년 발효한 NPT 8조 3항에 근거해 지금까지 7번 열렸습니다. 5월3일부터 28일까지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는 제8차 회의가 됩니다. 1960년 프랑스, 1964년 중국이 잇단 핵실험을 하는 바람에 핵 확산에 대한 우려가 일었습니다. 미국과 소련은 1968년 NPT 초안을 제네바 군축회의에 제출했고 이후 이 초안은 40여개 국의 서명을 거쳐 1970년 조약으로 효력을 나타냈습니다. NPT에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와 중국 등 이른바 P5를 비롯하여 모두 189개국이 참여했습니다. 한국은 1975년 NPT에 가입했습니다. 한편 핵을 보유했거나 했다고 알려진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북한이 NPT에 참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보유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앞서 말씀을 하신 대로 한국은 1975년 NPT에 가입을 했습니다. 그러면 북한은 NPT와 어떤 연관을 갖고 있나요?

기자: 북한은 1985년 NPT에 가입했습니다. 그러나 1993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의 핵시설 은폐와 관련해 특별 사찰을 촉구한 결의를 채택한 데 반발해서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그 뒤 유보 입장으로 돌아섰다가 2002년 제2차 북핵 위기가 불거지자 2003년 1월 10일 정부 성명을 통해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북한은 2005년 평가회의 후인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 핵실험을 하고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을 받으려 합니다. NPT 체제 밖에 머무는 북한은 핵개발 의혹을 받는 NPT 회원국 이란과 함께 이번 회의에서 어떻게 다뤄질지 관심을 끕니다.

앵커: 뉴욕의 2010 NPT 평가회의가 다루는 주요 의제로는 무엇이 있습니까?

기자: 주요 의제는 핵 군축, 이스라엘의 NPT 가입, 중동 비핵지대 창설을 내용으로 하는 95년 중동 결의의 이행,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과 관련한 의무 불이행,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방안 등입니다. 특히 2003년 NPT 탈퇴를 선언한 뒤 2 차례나 핵실험을 한 북한과 같은 사례를 방지 하기 위해서 임의 탈퇴를 방지하는 방안도 논의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느슨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NPT 체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의제에 오른다고 보입니다.

앵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하고서 여러 시범적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 이후에 열리는 2010 NPT 평가회의의 의미는 어디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까?

기자: 2010 평가회의는 '핵 없는 세상'을 향해 나가는 주요한 디딤돌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핵태세 검토보고서(NPR) 발표를 시발로 하여 러시아와는 신핵무기감축협정에 서명하고 워싱턴 DC에서 제1차 핵안보 정상회담을 개최하는가 하면 이번 회의에서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2010 NPT 평가회의는 과거에 비해 더 많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임 부시 행정부가 2005년 평가회의에서 합의문을 도출하지 못해 NPT 체제의 이완을 가져왔다고 보고 NPT 체제의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005 평가 회의 이후 북한은 두 차례나 핵실험을 했고 이란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구실 아래 핵을 개발해 왔습니다. 이런 사례는 NPT 체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앵커: 그렇다면 2010 NPT 평가회의가 이런 상황에서 내놓을 대책은 무엇입니까?

기자: 비확산 체제의 허점을 방지하는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북한은 NPT 체제 안에서 핵을 개발한 뒤 조약상의 탈퇴권을 악용해 체제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이란은 핵의 평화적 이용을 내세우며 실제로는 핵무기를 개발 중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주창한 '핵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NPT 체제의 허점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나와야 합니다. 이런 허점이 계속 남아 있는 한 전 세계는 핵의 위협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알카에다를 비롯한 소위 '비국가 행위자(non-state actor)'가 핵무기를 확보하려고 눈에 불을 켠 상황입니다.

앵커: 2010 NPT 평가회의가 이번에 이렇다할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은 있습니까?

기자: 오바마 행정부가 강력한 추진력을 걸고 있어서 일단 긍정적으로 볼 수는 있습니다. 미국 행정부는 새 NPR에서 비핵보유국에 대한 핵무기 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러시아와는 새 전략무기감축협정에 서명하는 한편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비준까지도 약속했습니다. 미국은 이 회의 벽두에 보유한 핵탄두가 5113기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핵정책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정치적인 의미가 적지 않습니다. 미국이 이렇게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합의문 도출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합의문이 나온 회의는 1975년, 1985년, 2000년 회의 등 세 번뿐입니다. 당사국의 이해 충돌로 나머지 회의에서는 합의문이 나오지 못했습니다.

앵커: 한국 정부는 이번 2010 NPT 평가회의에서 북한을 비난했습니다. 무슨 내용인지요?

기자: 한국 외교부의 조현 다자외교조정관은 4일 "북한이 2003년 NPT를 탈퇴해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 핵실험을 해 NPT 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면서 "핵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미명 하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북한 핵"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조 조정관은 "NPT 평가회의는 NPT 체제의 허점을 방지하는 데 논의의 초점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발언은 비확산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북한에 대한 비난입니다.

앵커: 북한이 이처럼 시대의 흐름을 역류하며 핵무기 개발에 집착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나요?

기자: 북한 정권이 현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자체 취약성 때문에 붕괴를 맞을 수도 있다고 보며 미국이 기회를 잡으면 침공한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런데 외부 세력의 간섭만 없으면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외부 세력이 북한 내정에 간여하지 못하게 하려고 선택한 길이 핵무장입니다. 김 위원장은 핵이 없는 상황에서는 국제 사회가 북한을 만만하게 본다는 이유로 이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니 북한 지도부에게 비핵화에 상응한 대규모 국제 원조가 귀에 들어올 리가 없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북한과 NPT 평가회의의 상관 관계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