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미원자력협정이 22일 전면 개정됐습니다. 협상 시작 4년 6개월 만입니다. 이로써 한국은 우라늄 저농축과 재활용의 길이 열렸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한이 우라늄 저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의 문을 열었습니다. 한미원자력협정이 전면 개정됐기 때문입니다.
박노벽 한국 외교부 대사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2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정부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에 가서명했습니다.
박노벽 대사: 이제 우리 정부는 원자력 선진국 위상에 걸맞은 협정이 완성된 만큼 이를 원만히 이행하는데, 그리고 후속 조치를 취함으로써 차질없이 준비와 운영을 해나가는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이번 협상이 타결됐다고 해서 남한이 아무런 제약없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닙니다.
남측 외교부 관계자는 "미래 활용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합니다. 새로운 협정에는 농축과 재처리를 금지하는 문구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존 협정에는 농축과 관련한 구체적 명시는 없었 지만 특수 핵물질을 재처리하거나 연료 성분의 형태나 내용을 변형할 경우 미국 측으로부터 건건이 또는 5년마다 사전 동의를 받아야 했습니다.
사용후 핵연료 연구와 관련해서도 기존 협정에는 일일이 미측의 사전 동의를 얻도록 했지만 새로운 협정에는 '포괄적 장기 동의'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이번 협정이 타결됐다고 해서 남한 정부가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닙니다.
농축의 경우, 미국산 우라늄을 20% 미만으로 '저농축'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렸을 뿐입니다. 우라늄 저농축의 목적은 오로지 원자력 발전입니다. 핵무기 제조를 위해서는 우라늄을 90% 이상 농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재처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한 정부가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닙니다. 대신 '파이로 프로세싱', 즉 건식 재처리 방식을 통해 사용후 핵연료를 재활용하는 방안을 남한이 미국과 함께 연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남한이 보유한 현존 연구시설에서 미국산 사용후 핵연료를 이용한 첫단계 연구, 즉 전해환원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밖에, 이번 원자력 협정 타결로 원전 수출증진 차원에서 한미 양국과 원자력 협정을 체결한 제3국에 대해서는 남측 원자력 수출 업계가 미측의 동의를 받을 필요없이 미국산 핵물질이나 원자력 장비, 물품 등을 자유롭게 재 이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미 양국은 앞으로 1~2개월 안에 협정에 정식 서명해야 하고, 미 의회의 비준과 남한 국회에 대한 보고 등 국내 절차를 거쳐 기존 협정의 유효기간인 내년 3월 이전에 이 협정을 정식 발효하게 될 전망입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4년6개월여간의 원자력 협정을 개정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해 왔습니다. 현행 협정은 지난 1973년 발효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