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노동신문은 14일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면서 비핵화의 뜻을 다시 한 번 북한식으로 해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면 핵을 포기하겠다'는 북측의 최근 발언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요즘 북측의 언론 매체는 서울에서 26일부터 양일간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와 관련해 연일 비난성 기사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한반도 비핵화의 대상은 북한만이 아닌데도 이 회의가 북한을 겨냥하는 건 문제'라는 식입니다.
노동신문은 14일에도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면서 비핵화의 뜻을 다시 한 번 북한식으로 해석했습니다.
북측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핵무기를 철수함은 물론이고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억제력을 포함한 일체의 핵영향력, 그러니까 '핵우산'을 없애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를 위해 북한은 미국과 동등한 핵보유국의 입장에서 '핵군축'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반면, 한국과 미국 등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1991년 미군의 전술핵 철수 이후 한반도에 핵이 있는 곳은 북한뿐이므로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한반도가 비핵화된다는 개념입니다.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북한이 '비핵화'의 대상을 다시 한 번 북한식으로 풀이하는 가운데, 최근 북한의 고위급 외교관이 미국 뉴욕에서 한 발언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0일 뉴욕에서 열린 한 학술회의에서 "미국이 우리와 동맹을 맺고 핵우산을 제공하면 당장이라도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회의 참석자들은 전했습니다.
북측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미국이 남한에 제공하는 '핵우산'을 제거해야 하며, 이를 위해 북한은 미국과 핵 군축 회담을 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북측은 이제 '남한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핵우산을 달라'고 나온 셈입니다.
왜 그랬을까? 북한 전문가들은 북측의 이번 '핵우산' 발언은 '진짜 핵을 포기하겠다'는 데 방점이 찍힌 게 아니라 '미국과 가까워지고 싶다'는 의사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남광규 연구교수입니다.
남광규
: (미국이 북한에) 핵우산을 제공할 정도라면 북한과 미국 사이에 관계 정상화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겠지요. 결국은 북한에 대한 체제 안전 보장 등이 다 보장되면 이후에 핵을 폐기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북한이 ‘핵우산’이라는 표현을 이용해 말한 걸로 보입니다.
이영호 부상은 또 북한과 미국의 수도에 ‘연락 사무소’를 설치하자는 제안도 다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또한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개선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당시 뉴욕 학술회의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핵우산을 북한에 제공한다는 건 현재로선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이며 북한도 이를 안다”면서 “사실상 북한이 요구한 건 북미간 적대관계의 청산과 관계 정상화이며, 이를 위해 연락사무소를 열자고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핵포기 대가로 핵우산을 제공해 달라는 논리는 관계 정상화까지 가지 않으면 북한이 핵을 폐기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요구하는 것은 “전형적인 통미봉남 전략”이며 “미국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핵 능력이 더이상 진전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