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국무부의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현 상황에서 6자회담이 열리면 북한은 이를 통해 '핵무기 보유국(nuclear weapons state)'으로 인정받길 원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중일 3국 순방에 나선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마지막 순방국인 일본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 상황에서 미국이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하자는 중국 측 주장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했습니다.
13일 미국 국무부가 공개한 데이비스 특별대표의 현지 발언에 따르면 데이비스 대표는 우선 6자회담의 가장 주된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자국의 비핵화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자국이 ‘핵무기 보유국’이 될 수 있는 권리를 논의하는 회담으로 6자회담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는 게 데이비스 대표의 말입니다. (It seems clear that North Korea is attempting to make these talks, when and if they occur in the future, about something very different, which is about their right to be a nuclear weapons state.)
데이비스 대표는 이런 성격의 6자회담 재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앞서 한국을 방문해서도 아직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모일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면서 중국 측이 제안한 오는 18일 반관반민 형태의 6자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습니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미리 내보이지 않을 경우 6자회담 재개가 어렵다는 미국 측 입장에는 한국과 일본 측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의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지난 10일 방한했던 데이비스 대표를 만난 후 기자들에게 6자회담이 열리면 북한 비핵화 측면에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태용 본부장: 우리가 6자회담을 재개하려면 비핵화를 위해서 모이는 회담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하고, 6자회담이 비핵화를 위한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설 때 가능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최근 영변 핵시설에서 가동을 멈췄던 원자로를 다시 가동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이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비핵화 의지 표명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한미 두 나라의 판단입니다.
미국 국무부의 마리 하프 부대변인은 13일 정례기자설명회에서 전날과 마찬가지로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만일 북한이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있다면 이는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들을 위반하고 2005년 9.19공동성명의 비핵화 약속도 어기는 것이라고 거듭 지적했습니다.
하프 부대변인은 이어 미국은 북한의 국제의무 준수를 촉구한다면서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포기하도록 국제사회와 힘을 합쳐 강한 제재를 통해 대북 압박을 지속하겠단 뜻을 밝혔습니다.
한편 유엔의 파르한 하크 대변인도 13일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했다면 이는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관련 내용을 보고 받고 매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