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다음달 6일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트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외교정책을 주제로 마지막 토론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북한 문제는 거의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대통령 후보는 22일 플로리다주 보카레이튼 린 대학에서 미국의 외교와 안보 정책을 주제로 세 번째 토론을 벌였습니다.
텔레비전을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 된 이번 토론에서는 시리아, 리비아 등 중동 문제와 최근 논쟁거리가 된 ‘중국의 부상’ 문제가 주로 논의됐고 이란의 핵문제, 또 이스라엘과의 관계 등도 집중 거론됐습니다.
하지만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롬니 후보가 “북한이 핵 기술 수출을 지속하고 있다”고 한 발언이 유일했습니다.
미트 롬니 후보: You see North Korea continuing to export their nuclear technology.
롬니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실정을 거론하는 과정에서 세계 도처에 산재해 있는 미국의 외교적 과제 중 하나로 국제사회에 핵 기술을 유출하는 북한을 거론한 것입니다.
또 롬니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이 4년 전 후보 시절 세계의 최악의 인물들을 만날 것이라고 했다면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쿠바의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 등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란 단어와 한반도 관련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내에서 북한 문제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우선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딘 챙(Dean Cheng) 연구원입니다.
딘 챙 연구원: 북한 문제는 미국에서 주요 선거 쟁점이 아닙니다. 최근 선거운동 기간 북한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시험 등 난폭한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챙 연구원은 향후 미국의 외교 정책과 관련해 대통령 후보들의 선거를 앞둔 정치적 발언과 실제 정책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롬니 후보도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유사한 대북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핵개발과 도발을 억제하고 한국, 또 일본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기조에서 대북정책을 펼칠 것이란 설명입니다.
미국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대표도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롬니 후보가 이번 토론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집중적으로 거론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도 북한 문제와 관련해 별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고든 플레이크 대표: 어제 토론 뿐 아니라 솔직히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북한 문제는 거의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공화당 롬니 후보 측에서 현재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비판할 여지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플레이크 대표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그간 확고한 원칙에 따라 동맹국들과 긴밀한 협력 속에서 견고하게 추진됐기 때문에 비판 받을 여지가 거의 없었다면서 롬니 후보가 거론한 북한의 핵 확산 문제도 오바마 행정부가 가장 중점적으로 다뤄 온 사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선거 기간 중 쟁점이 되기 위해선 공화당과 민주당의 견해에 큰 차이가 있어야 하는데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두 정당의 접근법에 별 다른 이견이 없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플레이크 대표는 지금까지 미국은 매우 난해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웬만한 정책은 모두 구사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행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과거와 다른 획기적인 대북 정책은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롬니 후보는 ‘강한 미국’을 주창하며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사과부터 하는 정책’이라고 비난하면서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점점 쇠락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년 간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사실상 종결짓고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자신의 업적을 적극적으로 부각시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