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의 전직 국무부 관리가 전망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필립 윤(Philip Yun)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선임보좌관은 24일 미국 워싱턴 존스홉킨스국제대학원(SAIS)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북한의 3차 핵실험은 북한 당국의 ‘정치적 결단’만 남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과 2000년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던 윤 전 보좌관은 최근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에 크게 반발하면서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모습은 과거 1, 2차 핵실험을 강행했던 2006년, 또 2009년과 매우 흡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필립 윤 전 보좌관: 정확한 시점은 알지 못하지만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북한의 핵실험 관련 위협을 단순히 협상 전술로 볼 수도 있지만 최근 북한은 특히 고농축우라늄(HEU) 핵 프로그램을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윤 전 보좌관은 만일 북한이 고농축우라늄을 기반으로 하는 3차 핵실험에 나선다면 그 파장이 심각할 것이라면서 현재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이 어디서, 얼마나 많은 양의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약 20년 동안 개발에 몰두해 두 차례나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이 이미 생산한 핵무기와 핵물질을 포기할 것으로 기대하긴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북한과의 협상을 포기해선 곤란하며 북한의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적도 유지해야 한다고 윤 전 보좌관은 덧붙였습니다.
이날 함께 강연회에 참석한 크리스토퍼 힐(Christopher Hill) 전 국무부 차관보도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거 부시 미국 행정부 당시 6자회담 수석대표를 역임했던 힐 전 차관보는 특히 중국과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북한 핵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이 미국과 마찬가지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갖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 북한의 핵 보유를 반대한다는 중국의 언급 정도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중국은 실제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만한 전략을 만들어야 합니다.
힐 전 차관보는 지난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공동성명에는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반도 평화협정과 미북관계 정상화, 경제지원 등이 나열돼 있다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의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그는 또 이런 대북 협상과 더불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의 엄격한 이행도 중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북한의 향후 행보와 관련된 선택의 폭을 좁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