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북정책 급변 기대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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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강력한 만류에도 3차 핵실험을 강행해 중국의 체면이 크게 손상된 것으로 평가되지만, 그래도 중국은 기존의 대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전문가들은 미국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대북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와 만류를 무시하고 3차 핵실험을 강행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앞으로 강화될 대북제재의 효과가 중국의 협조 수준에 달려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중국은 과거 북한의 도발 때와 마찬가지의 행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앞으로 새로 채택될 수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등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는 동참하겠지만 북한 정권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루디거 프랑크 교수의 말입니다.

루디거 프랑크 교수: 중국은 안정적인(stable) 북한을 원합니다.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중단하면서 압박을 가하는 것은 북한의 불안을 가져오고 이건 중국에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 같고 이러한 점을 북한도 잘 알기 때문에 3차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프랑크 교수는 향후 중국의 대응은 과거 북한의 도발 때와 같은 양상일 것이라면서 결국 북한이 심각한 불안정에 빠질 만한 대북 제재에는 중국이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신범철 박사도 중국이 일부 대북지원을 축소하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 추가제재 결의안에 찬성할 수는 있겠지만 더 이상의 압박은 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신범철 박사: 북한의 김정은 정권을 제대로 압박하려면 대북 경제교류 중단, 대북 금융결제 중단 이런 조치들이 필요한 데 중국이 그런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신 박사는 중국의 시진핑 총서기가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체면이 많이 깎이긴 했지만 집단지도체제인 중국이 쉽게 대북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를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동국대학교의 고유환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붕괴될 정도의 압박을 가하진 않겠지만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 등 동북아시아에서 핵 군비경쟁이 초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부 대북제재에 동참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고유환 교수: 중국은 이번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일본의 핵무장이라든가 동북아에서의 핵개발 경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상당히 경계할 것입니다.

프랑크 교수도 이번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면서 이들 국가가 핵무장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측은 여전히 국제사회의 냉정한 대응을 촉구하면서 6자회담의 틀에서 대화와 협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6자회담의 재개는 어렵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압박 국면이 지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한국국방연구원의 신범철 박사의 말입니다.

신범철 박사: 지금 북한의 행태를 봤을 때 6자회담 재개는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진정성 있는 변화가 전제돼야 6자회담이 의미가 있는데 그럴 가능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미북 관계는 당분간 경색이 불가피할 것으로 봅니다.

신 박사는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그간 북한을 다룰 때 원칙을 지킨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미국은 북한의 긍정적인 태도 변화가 있을 때까지 기존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아닌 ‘전략적 압박’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의 로버트 리트웍 박사는 북한의 점증하는 위협을 계속 방치할 수 없는 미국은 결국 북한과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프랑크 교수도 같은 의견입니다.

루디거 프랑크 교수: 대북 군사조치가 현실적이지 않다면 미국의 선택은 대화 밖에는 없습니다. 얼마나 빨리 미국의 대북협상이 재개될 지는 한국과 일본의 입장에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한국 동국대학교의 고유환 교수는 특히 북한이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실험을 한 것으로 판명된다면 북한이 핵무기 보유량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북협상 필요성은 더 커진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유환 교수: 북한이 만약에 새로운 방식의 핵실험을 했다면 미국으로서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원하는 평화체제와 관련된 근본적인 협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우드로윌슨센터의 리트웍 박사는 미국이 대북협상을 재개하더라도 북한을 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핵을 보유한 북한과 외교관계 정상화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