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유엔 연설서 ‘북핵’ 언급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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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핵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반면 이란 핵 문제 해결에는 강한 의지를 내보였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4일 제68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 나서 시리아의 화학무기, 이란의 핵 문제 등 주로 중동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특히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최근 이란 정부가 유화적인 조치를 취하려 하는 것을 고무적으로 평가한다면서 반드시 외교적 해결 노력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시리아의 화학무기 문제와 관련해서도 시리아가 화학무기 폐기 합의안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그에 상응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 등을 전혀 언급하지 않아 북한을 철저히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유엔 총회에서 북한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데에는 최근 북한이 이란이나 시리아와는 달리 전혀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은 최근 거듭되는 북한과 중국의 6자회담 등 협상 재개 요구에도 북한이 먼저 비핵화와 관련한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은 영변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확장하고, 중단했던 원자로 가동 재개 움직임을 보이는 등 핵 폐기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고 개성공단 재개로 인해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던 남북관계도 북한 측의 최근 이산가족 상봉 행사 전격 연기로 다시 경색되는 분위기라는 설명입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래리 닉시 박사는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서는 최근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발언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고 말했습니다.

래리 닉시 박사: 최근 일본을 방문했던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6자회담을 재개하자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가진 북한에 대한 냉소주의(cynicism)를 잘 나타내주는 발언입니다.

닉시 박사는 또 최근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것은 일단 한국 박근혜 정부 측에 대북정책 관련 주도권을 주고 그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의도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핵 문제를 외면하는 동안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과 미사일 능력을 진전시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 능력 진전을 멈추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미국이 북한 측의 ‘비핵화 사전조치’ 선이행이라는 조건을 철회하고 북한과 일단 협상에 나서 북한 측이 원하는 동시행동 원칙에 따라 핵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지난 13일 내놓은 북한 관련 보고서(North Korea: U.S. relations, Nuclear Diplomacy, and Internal Situation)도 오바마 행정부의 이른바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의 위험성을 거론했습니다.

북한이 핵 폐기와 관련한 기존 합의를 이행할 의지를 보여야 비로소 북한과 협상하겠다는 이 같은 정책은 지난해 말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고 올해 초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의 핵개발 상황을 미뤄볼 때 너무 위험하지 않느냐는 지적입니다.

보고서는 또 만일 한국의 박근혜 정부가 북한 측과 더 가까워진다면 대북정책과 관련해 미국과 한국 사이의 간격(gap)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