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악단, ‘북 로켓 발사 미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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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지난 달 북-러 수교 65주년을 맞아 북한에서 공연한 러시아의 관현악단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우주 개발'로 미화한 합창과 관현악을 연주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비록 친선공연이긴 하지만 러시아가 북한의 로켓 발사를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규탄하고 유엔의 추가 대북 제재 결의를 지지한 점을 감안하면 논란이 예상됩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달 14일 북한 평양의 동평양 대극장.

북한을 방문중인 러시아 21세기관현악단의 공연 중 ‘별들을 향하여 앞으로’ 순서가 되자 무대 뒤에 걸린 대형 스크린에 숫자가 표시되고 카운트 다운이 시작됩니다.

조선중앙 TV (효과음): 열, 아홉,…, 발사.

스크린 속 화면은 지난 해 12월12일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쏘아 올린 장거리 로켓 은하 3호 발사 장면.

발사대를 떠난 북한의 장거리 로켓이 하늘로 치솟으면서 환호성과 함께 연주가 이어집니다.

조선중앙 TV (연주 실황)

경쾌한 관현악 연주와 함께 남녀 합창단의 합창도 곡 중간 중간에 삽입됐습니다.

조선중앙 TV (연주 실황)

4분 길이의 이 곡은 악단 단장이며 수석 지휘자인 파벨 오브샨니코브가 직접 창작한 합창과 관현악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 곡이 “인공지구위성 광명성3호 2호기의 성공적인 발사로 우주과학기술과 종합적 국력을 온 세상에 과시한 북한의 기상을 예술적으로 잘 형상”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도 당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강력히 반대한 점에 비춰보면 공연 내용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입니다.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는 북한의 로켓 발사를 규탄하고 대북 제재를 확대·강화한 유엔 결의 2087호 채택을 지지한 바 있습니다.

문제의 곡이 연주된 공연이 양국 간 공식 행사의 성격을 띄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점도 논란거리입니다.

북·러 수교 65주년 기념으로 공연이 이뤄졌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직접 관람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