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마주한 DMZ, 긴장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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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리겠다고 위협한 가운데 서부전선 최북단 도라산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은 폭풍전야처럼 고요합니다. 신년을 맞아 노재완 기자가 긴장감이 도는 서부전선의 비무장지대 일대를 다녀왔습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통일대교. 남한에서 개성을 가기 위한 첫 번째 관문으로서 서울에서도 자동차로 1시간이면 올 수 있는 거리입니다. 이곳부터는 민간인 통제구역입니다.

버스 기사: 여기부터는 차량 이동시 차 안에서 밖으로 사진을 찍으시면 절대 안 됩니다. 이쪽은 군사작전 시설이 많기 때문에..

현재 통일대교는 개성공업지구 운영이 전면 중단되면서 인적이 거의 끊긴 상태입니다. 지금은 민간인 통제선 북쪽에 있는 통일촌 주민들만 간간이 드나들 뿐입니다. 기자는 지난 5일 낮 임진각에서 출발한 안보관광 버스를 타고 통일대교를 건넜습니다.

김도현 관광객: 요즘 언론에서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 많이 나오니까 아이들도 북한에 대해서 호기심을 갖는 것 같아서 이렇게 데리고 한 번 나와 봤습니다.

차창 밖으로 군용 차량이 바삐 움직입니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이어지면서 남측 군의 경계태세도 한층 강화된 모습입니다. 관광객들을 태운 버스는 먼저 도라산역으로 향합니다.

남쪽 기차길 종점이자 북으로 향하는 출발점인 도라산역은 연결과 소통을 상징합니다. 도라산역은 지난 2002년 문을 연 뒤 한때 개성공업지구를 오가는 화물열차가 운행됐던 곳이지만, 지금은 남북관계 경색으로 완전히 막혀 있습니다.

도라산역 관광 안내원: 한국 사람들보다 오히려 외국 사람들이 더 DMZ 투어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북한과 연계된 사안에 대해 매우 관심이 높아서 많이들 물어보시는데요. 도라산역에 와서는 이렇게 현대화된 역을 쓸 수 없다는 것이 매우 슬프다고 말씀들 하십니다.

도라산역을 떠난 버스는 도라산전망대로 이동합니다. 도라산전망대에서는 군사분계선 넘어 북한 초소와 작은 마을 등이 보입니다. 날씨가 맑아 멀리 개성 송악산도 희미하게 보입니다.

도라산전망대 안내 방송: 여러분이 보고 계시는 비무장지대 오른쪽 전방, 높은 철탑에 인공기가 보이는 곳이 북한의 기정동 마을입니다. 과거에는 대남 선전용 마을로 사람들이 살지 않았지만 지금은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도라산전망대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호기심에 가득찬 눈으로 북한 땅을 바라봅니다. 오스트랄리아(호주)에서 온 한 관광객은 남북 분단의 아쉬움을 나타내며 북한의 핵실험으로 남북교류의 상징인 개성공업지구가 폐쇄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했습니다.

호주 관광객: 저는 개인적으로 개성공단 사업이 중단된 것이 너무 안타깝고요.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에 대해선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망대 앞에 설치된 확성기에서는 신명 나는 남한 노래가 들립니다. 군사분계선 넘어 북한 지역에서도 충분히 소리가 들릴 것으로 보입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남한 군 당국의 대응 조치로 다시 시작됐습니다. 당시 북한은 남한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해 조준 사격을 하겠다며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북한의 군사적 대응 방침에 남한 군 당국도 강 대 강으로 맞섰습니다. 도라산전망대 뿐만 아니라 제3땅굴과 도라산역 등 민통선 남쪽 접경지역 안보 관광지 출입을 완전히 통제했습니다. 북한의 도발 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관광지 출입 통제는 50여 일 가까이 지속됐지만 북한이 실제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서 남측 군은 다시 민간인들의 비무장지대 안보관광을 허용했습니다.

군 관계자(도라산전망대): 긴장은 되는데요. 저희는 그래도 똑같습니다. 여기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더구나 중국인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북한이 쉽사리 공격하기 어렵죠. 만약에 공격했다가 누군가 죽으면 중국이 가만있겠습니까.

임진각에서 7km 떨어진 곳에는 북한 땅을 바라다볼 수 있는 또 다른 전망대가 있습니다. 바로 오두산 통일전망대입니다. 이곳은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으로 건너편에 보이는 곳은 황해북도 개풍군입니다.

전망대 안내방송: 이곳은 남방한계선인 남쪽 철책선과 북방한계선인 북쪽 철책선 사이에 강을 경계로 반세기가 넘도록 자유로이 왕래를 못 하는 안타까운 남북 분단의 현장입니다.

관광객들은 망원경 너머로 보이는 북한땅을 관심 깊게 지켜봅니다. 강 너머 북한군 초소가 뚜렷이 보이지만 북한 군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인근 작은 마을 탈곡장 주변에는 삼삼오오 어디론가 향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정현우 관광객: 아까 안내방송을 보니까 북한이 산에 나무를 깎는 이유가 도망을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있고, 땔감이 부족해 그런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우리와는 상반되는 삶을 사는 것 같아서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새해에 들어 오두산 전망대 등 비무장지대 안보 관광지는 북녘땅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의 방문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은 북한 땅을 바라보면서 남북한의 평화와 관계개선 등을 기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