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한반도의 평화 구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신년사에 대한 호응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 보면 남북관계의 진전 가능성에 대한 신중한 태도도 읽을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2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2014년을 “한반도 평화 시대를 열어가는 데 중요한 시점”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평화 구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가 1일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마련”을 언급하고 남한 당국의 호응을 촉구한 가운데 나왔습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남한이 북한의 관계 개선 제안에 화답한 모양새를 띠고 있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만 해석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이날 반기문 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장성택 처형 사건을 언급하며 “북한의 상황이 예측하기 어렵다”고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북측이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 “그런 표현을 갖고 무엇을 제의했다고 해석될 여지는 별로 없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언은 북측의 신년사 내용을 남측에 대한 대화 제의로 해석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나왔습니다.
국방부는 한 발 더 나아갑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화전양면 전술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항상 대비를 철저히 하라”고 당부했다고 김민석 대변인은 전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북한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에 부닥치면 “항상 유화책으로 나왔다”면서 “그 때 남북대화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럴 때 북측이 제기하는 대화는 “시간 벌기용”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시간 벌기용 유화책이 효과가 없을 때 북한은 도발을 감행한 전례가 있다고 김민석 대변인은 덧붙입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 대화로서 그런 시간을 버는데도 불구하고 북한 내부에서 그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도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하기 때문에 북한은 이번 신년사를 보면 화전양면을 구사할 것이다...
한국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북한 정세의 “불확실성”과 “유동성”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윤 장관은 이날 외교부 시무식에서 “장성택 처형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뿐 아니라 김정은 체제는 물론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 주변국들과의 관계에 미칠 영향에 고도의 주의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남측의 이 같은 신중한 태도는 북측이 그간 보여준 양면적 태도에 기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북한은 과거 신년사 또는 신년사설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해놓고도 실제로는 도발적인 행동에 나선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제1비서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남북 사이의 대결상태 해소”를 강조했지만, 다음 달 제3차 핵실험에 이어 상반기 내내 한반도 긴장을 높인 바 있습니다.
또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아 있던 2010년 신년사설에서 북측은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 대한 “확고부동한” 입장에 대해 언급했지만, 그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 발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