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당대회서 ‘핵개발 업적’ 강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제7차 당대회에서 양복 정장에 넥타이 차림으로 보고서를 낭독하는 모습.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제7차 당대회에서 양복 정장에 넥타이 차림으로 보고서를 낭독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0:00 / 0:00

앵커 : 평양에서 6일 제7차 당 대회가 개막했습니다. 당 대회가 열리는 건 36년만에 처음입니다. 김정은 제1비서는 중앙당의 지난 시기 사업을 총화하면서도 그간 발생한 경제난 등에 대해서는 두루뭉술하게 언급했습니다. 남한의 당국자들은 이날 휴일임에도 출근해 북측 당 대회 진행을 점검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제7차 당 대회에서 핵과 위성 등 자신의 업적을 나열했습니다. 반면 지난 36년간 발생한 수많은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갔습니다.

김 비서는 개회사에서 “사회주의 체계가 붕괴되는 전대미문의 시련의 시기”를 겪었다고 말하면서도 1980년 이후 북한이 겪고 있는 대외적 고립과 경제적 문제가 발생한 근본적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북한 정치 전문가인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은 “핵 개발에 치중하다 보니 내세울 게 없어진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고 풀이했습니다.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 : 그동안 당대회를 하지 못했던 이유도 경제적 성과가 미미했기 때문인데요. 김정은의 입장으로서는 김일성 김정일 시대의 성과는 원론적으로 두루뭉술하게 처리하고 자신이 집권한 이후의 성과를 집중 부각한 것 같습니다.

김 비서는 특히 수만명이 굶어 죽은 이른바 ‘고난의 행군’ 등에 대한 언급은 구체적으로 하지 않으면서도 과거 36년을 “준엄한 투쟁”과 “영광스런 승리”의 시기라고 표현했습니다.

반면, 이번 당 대회는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하는 역사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김 비서는 지난 1월 6일 4차 핵실험과 2월 7일 장거리 로켓 발사 등을 언급하며 이른바 “정치사상 강국”과 “군사 강국”을 이뤄냈다고 강조하고 “사회주의 건설의 대번영기”를 예고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북한이 '핵과 위성 강국을 달성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민생과 경제 강국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김정은은 ‘인민생활 문제’를 “천만가지 국사 가운데서 제일국사”라고 표현하며 “나라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북측은 평양 시간으로 밤 10시가 돼서야 이날 당 대회 첫날 행사를 편집한 내용을 녹화 방송했습니다.

이날 당 대회를 축하하기 위해 중국 등에서 온 고위급 외빈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80년 제6차 당 대회에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118개국에서 177개 대표단이 참여했습니다.

한편, 남한의 정부 당국자들은 이날이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당 대회 진행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상 상황은 아니지만 필요한 인원은 나와서 북한의 당 대회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남한의 연합뉴스가 보도했습니다.

청와대는 지난 3일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소집하고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측은 지난해 10월 30일 당 중앙위 정치국 결정서를 통해 이번 당 대회 개최 계획을 알린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달부터 각 지역별 당대표회 등을 거쳐 선발된 3천여 명의 당 대표자들이 지난 1일부터 평양에 집결해 당 대회 참가를 준비해 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과거 전례를 따라 이번 당 대회도 4~5일 가량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측은 구체적인 일정을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 대회는 당 국가인 북한의 최고 지도 기구입니다. 주요 정책 노선을 정하고 고위 당직자를 선출하는 등의 역할을 합니다. 북한은 1945년 이후 이날까지 모두 7차례 당 대회를 열었습니다. 김정일 집권 기간에는 당 대회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