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건 맞으면 평화체제 구축 논의”

0:00 / 0:00

앵커: 남한의 청와대는 "여건이 성숙되는 경우 북한과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청와대가 발간한 '희망의 새시대 국가안보전략'이라는 책자에서 공개됐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13일 공개한 책자에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문제를 북한과 논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습니다.

다만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여건이 성숙되는 경우”에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북한의 핵 문제가 진전돼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는 게 북한 문제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평화체제의 구축을 위한 선결 조건은 전혀 바뀐 게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왜 하필 지금 시점에 이 책자를 청와대가 발간했는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 교황의 방한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또 아시안게임을 앞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적극적 의지가 있음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종합적인 내용이 담긴 책자를 내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즉, 남한 정부는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성사시켜 ‘드레스덴 선언’을 현실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음을 북측에 보여주고자 한 것 같다는 겁니다.

드레스덴 선언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독일 방문길에 내놓은 통일 구상을 뜻합니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지난달 출범하고 통일방안 마련과 통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등에 필요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또한 남한 정부는 이날 발간한 책자를 통해 5.24 대북제재 조치의 완화나 해제가 이뤄진 후에나 가능한 조치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농수산물과 위탁가공 등 소규모 교역을 재개하고 각종 경제협력 사업을 위한 상업 투자를 허용하는 등 호혜적 경제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겁니다.

5.24 제재는 2010년 천안함 사태로 인해 시작됐으며 대북 교류와 교역, 그리고 투자를 전면 중단하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이 같은 조치를 “남북관계 진전상황에 따라” 완화 또는 해제할 수 있음을 이 책자는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선결 조건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12일 5.24 제재의 해제를 위해서는 “남측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북측이 먼저 취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다시 말해, 평화체제의 수립은 물론이고, 5.24 대북제재의 해제를 위해서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는 뜻입니다. 다만 남한 정부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고 시도하고 있는 시점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대북 정책과 관련한 책자를 발간한 것이고, 그 내용 중에서도 북한이 원하는 평화체제 수립과 5.24 대북제재의 해제 등을 남한 사회가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북측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남북문제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