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최근 대화 의제로 평화협정만을 고집하면서 비핵화를 우선으로 하는 미국과 외교적 대화 전망이 어두워졌다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가 지적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부시 행정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 박사는 북한이 최근 들어 평화협정 이외에 다른 의제로 대화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빅터 차 박사 : 북한의 태도에 큰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비핵화 논의엔 관심이 없고 오직 평화협정만을 의제로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빅터 차 박사는 지난 25일 미국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올해 한반도와 주변국들의 정치적 예측(Political Forecast 2016: Korea and Its Neighbors)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이 같이 주장했습니다.
차 박사는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가진 북한과의 이른바 트랙 2 즉 민간차원의 접촉 등을 토대로 한 분석이라고 말했습니다. 차 박사는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 의지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하고 있는 반면, 최근 북한의 태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핵 능력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따른 한반도 긴장을 외교적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차 박사와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의 조엘 위트 연구원 등은 이달 초 북한의 6자회담 차석대표를 맡은 최선희 외무성 부국장 등과 베를린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세에 관한 민간 차원의 학술 토론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리아소사이어티 토론회에 참석한 랄프 코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태평양포럼 회장(Ralph Cossa: President of the Pacific Forum CSIS)도 북한이 더 이상 파키스탄이나 인도와 같은 ‘사실상 핵보유국’(de facto nuclear states)이 아닌 주요 핵보유국(major nuclear power)으로 인정받으려는 듯한 과도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미국외교협회(CFR) 스콧 스나이더(Scott Snyder) 선임연구원도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정통성 확보를 위한 도구로 ‘핵개발’을 이용하고 있다며 우려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따른 유엔 차원의 보다 강력한 대북 제재와 주한 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른바 사드(THAAD) 도입 등 고조된 한반도 긴장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대화의 문을 열어 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북한과 스포츠나 음악의 교류로 현실 파악(reality check) 등 상호 이해 증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과거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 등은 핵문제의 진전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며 정부 차원의 외교 협상 만이 북핵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