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전 주민들을 대상으로 고강도 전쟁대비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북한이 지하갱도 대피 훈련에서 김일성 부자의 초상화를 우선 대피시키라는 어이없는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최근 평안북도 주민과 전화연계를 가졌다는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남조선과 미국의 공습에 대비해 실시하는 갱도대피 훈련에서 원수님들 초상화 모시는 일이 훈련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RFA)에 전했습니다.
북한에서 수재나 화재가 났을 때 위험을 무릅쓰고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제일 먼저 구조한 주민이 영웅 칭호와 포상을 받았다는 보도가 종종 있었지만, 적의 공습에 대비한 훈련에서까지 김 씨 일가에 대한 우상화가 그대로 연장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소식통은 또 “초상화를 대피시킬 때 초상화 액자만 달랑 들고 나오면 충성심이 부족한 불경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모심함’이라고 불리는 초상화 보관 상자에 정성스럽게 담아서 집 밖으로 옮겨야 하며 이때 초상화를 깨끗하게 닦을 수 있는 고급 벨벳 천으로 만든 ‘정성걸레’도 빠지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는 것입니다.
한편 북한당국은 전 주민 지하갱도 대피 훈련을 11일부터 3일간 일제히 실시하는 것으로 예고했지만, 지하갱도 설비와 준비 부족으로 11일부터 21일 사이 임의의 날짜에 분산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각 지역과 기업소들을 조별로 나눠 돌아가면서 하루씩만 실제적인 갱도대피 훈련에 임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갱도에 들어가지 않는 나머지 훈련일정은 집안을 갱도로 가장하여 집안에서 바깥에 나가지 않고 숨을 죽이고 숨어있는 것으로 대체한다는 것입니다. 순찰조들이 문을 두드리거나 해서 훈련상황을 점검하게 되는데 이때 무심코 문을 열었다가는 훈련에 불성실하다는 이유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어린아이들 전쟁놀이 같은 갱도 대피훈련에 주민들의 당국을 향한 불평과 조소가 난무하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북한사람들과 자주 접촉한다는 중국 단둥의 한 무역상은 “실제로 조선사람들은 전쟁이 나면 딸라나 인민폐를 챙겨서 중국으로 뛰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훈련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라며 “북한주민들은 ‘이게 다 사람 잡으려고 하는 수작’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