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핵연료 재처리 방안은 이득 없어"

MC: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파이로 프로세싱(사용후 핵연료의 건식정련기법)을 통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방안이 경제적 이득이 없고 전세계적 핵 비확산 체제를 위험에 빠뜨린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의 핵연료 재처리 방안이 북한에 핵 포기를 설득하는 데 장애가 되고 최악의 경우엔 남북간 핵 개발 경쟁을 야기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의 사용후 핵 연료 재처리 추진은 핵 비확산 체제에 불필요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미국의 저명한 핵 과학자인 프랭크 본 히펠 프린스턴대 교수가 경고했습니다.

히펠 교수는 미국 군축협회(ACA)가 발간한 오늘의 군축(Arms Control Today) 최신호에서 "한국 정부가 사용후 핵연료를 건식정련기법인 파이로프로세싱을 통해 재처리하길 원하고 있지만 만약 미국이 이를 허용한다면 다른 나라의 똑같은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위원회의 국가 안보 담당 부국장을 역임한 히펠 교수는 이 때문에 한국 정부의 방침이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위배될 뿐 아니라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한 국제적 노력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최악의 경우 남북 간 핵무기 개발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히펠 교수는 또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 에너지부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광범위하게 이용되는 핵 재처리 기법인 퓨렉스 공정에 비해 파이로프로세싱은 플루토늄 추출을 통한 핵 확산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히펠 교수는 이어 파이로프로세싱을 통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가 퓨렉스 공정에 비해 매우 많은 비용이 든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해 이 방안이 별로 경제적이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한국원자력연구원이 11년 뒤인 2011년에도 여전히 파이로프로세싱과 관련해 초기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히펠 교수의 이같은 주장은 미국과 한국 양국이 올해 안에 시작될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협상에 앞서 파이로 프로세싱에 대한 과학적 측면의 타당성 검토를 시작키로 합의한 가운데 나와 주목됩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2014년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면서 현재 금지된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재처리를 파이로프로세싱 방식을 통해 허용해 줄 것을 미국 측에 요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