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당국의 반미 흑색선전 거부감”

앵커: 얼마 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다녀가자, 북한은 내부방송을 통해 원색적인 반미 흑색선전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에 대한 저질스런 비난에 대해서는 같은 여성으로서 얼굴이 붉어진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저질스런 언어폭력을 계속하는 북한 매체의 보도에 주민들은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30일 함경북도 국경지방에서 자유아시아방송과 연락이 닿은 북한 주민 양모씨는 "지금 유선 3방송(내부 주민용)에서 오바마가 전쟁모의를 하려고 남조선에 왔다는 비난 방송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오고 있다"면서 "전화를 몰래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협동농장 언덕에 설치된 3방송 확성기에서 전쟁이라도 터질 듯 떠들어대 머리가 뗑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반미 방송이 저렇게 쉴 새 없이 나온 것은 최근 들어 처음이라며,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이 실제로 북한을 침략하러 온 게 사실인가고 반문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는 "당장 전쟁이 날 것처럼 위기상황까지 갔던 지난해 보다 더 요란스레 오바마를 욕한다"면서 "저렇게 광란적으로 비난하는 걸 보면 중앙당 내부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들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반미를 내부 전환용으로 빈번히 활용한 만큼, 이번에 과잉반응을 보이는 것은 장성택 처형이후 뒤숭숭한 내부 민심을 다잡기 위한 국면 전환용이 아닌가는 의문을 낳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움직임에 대해 강력한 대응 메시지를 전했고, 논란이 되었던 전시작전권 전환도 원칙적으로 연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자신의 군사적 도발로 인해 마련된 한미간 일련의 동맹 강화 조치들을 침략전쟁으로 간주하고 주민들을 호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편, 양강도 지방에서 연락이 닿은 40대의 여성은 "요즘 박근혜 대통령을 욕하는 것을 보면 같은 여성으로서 얼굴을 붉힐 때가 많다"고 당국의 원색적인 비난에 실망을 표시했습니다.

그는 "요즘 텔레비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가리켜 '화냥년' '계집애'라고 표현하는 데, 이런 말은 교육이 덜된 사람들만 쓰는 쌍욕"이라며 "김정은이 등장한 다음에 텔레비전에서 이런 저질스런 표현이 갑자기 많아졌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북한 간부들도 강연회에서 오바마를 가리켜 혼혈종이라고 인종차별 발언까지 거리낌 없이 쓰는데, 이런 저질스런 표현 때문에 사람들이 미국 대통령들을 우습게 여기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정부에 반환한 문화재에 대해서는 "북한 사람들은 국립박물관에 있는 골동품도 도둑질해 파는 데, 미국 사람들이 수천만 달러 가치가 있는 귀중품을 스스로 내놓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