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후폭풍] PSI 참여 선언 Q/A

한국이 PSI, 그러니까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에 전면적으로 참여했습니다. PSI가 무엇인지, 그리고 한국 정부가 왜 지금 시점에 PSI에 전면적인 참여를 선언했는지를 서울의 박성우 기자와 함께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0:00 / 0:00

진행자:

박성우 기자, 안녕하세요.

박성우: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먼저 한국이 이번에 전면 참여를 선언한 PSI가 무엇인지부터 설명을 해 주시죠.

박성우:

네, PSI는 핵무기나 생화학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구상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무기 자체는 물론이고 미사일 같이 무기를 운반하는 수단의 불법적인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 국가 간 협의체를 형성하고 정보 공유와 확산 방지를 위한 훈련 같은 다양한 활동을 펼치자는 게 PSI의 주요 내용입니다. 2003년 5월 미국이 주도해서 만들었고, 한국까지 포함하면 현재 참여국은 95개국입니다. 다시 말해서 95개국이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막으려고 참여하고 있는 좀 느슨한 형태의 국제 협력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진행자:

한국은 예전에도 PSI에 부분적으로 참여해 왔지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한국은 2006년부터 참여국 간의 역내외 훈련에 참관단을 파견하고, 훈련과 관련한 보고회에 참관자 자격으로 참석하는 활동을 포함해서 모두 8개 활동 중에 5개 활동에 참여해 왔습니다.

이번에 전면 참여를 통해서 한국은 나머지 3개 활동, 그러니까 PSI 정식 참여와 역외 차단훈련에 대한 선박과 항공기 같은 물적 지원, 또 역내 차단훈련을 위한 물적 지원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전면 참여를 선언했다고 해서 모든 8개 활동에 무조건 동참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참여국은 여건에 맞게 PSI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갖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도 PSI의 대상이 되는 건가요?


박성우:

네,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라고 말하는 게 정확한 답변입니다. 왜냐면 PSI는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고, 대량살상무기와 그 운반수단을 확산하고자 하는 국가나 개인이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확산하지 않는다면 PSI의 대상이 아니지만, 확산한다면 대상이 되는 거지요.

진행자:

한국 정부가 PSI에 전면적으로 참여한다고 선언하면서 ‘남북해운합의서는 그대로 적용한다’고 말했는데요. 남북해운합의서가 뭔지도 설명을 부탁합니다.

박성우:

네, 남북해운합의서는 남북한이 2004년 8월에 함께 채택했는데요. 이게 PSI와 함께 자주 거론되는 이유는 서로 내용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PSI와 남북해운합의서의 유사점은 무기 같은 화물을 실은 선박에 대해서 정선과 검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남북해운합의서는 어찌 보면 좀 더 내용이 구체적인데요. 합의서에는 상대 측 영해에서 무기 수송이나 정보 수집 행위, 그리고 군사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요. 이를 어겼을 땐 해당 선박을 해역 밖으로 나가도록 할 수 있습니다. 또 부속합의서 2조 8항을 보면, ‘남북은 상대 측 선박이 통신 검색에 응하지 않거나 항로대 무단 이탈, 위법 행위 후 도주 같은 혐의가 있다고 인정될 때는 해당 선박을 정지시킨 다음 승선, 검색해서 위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런 세부적인 조항이 있기 때문에 남북해운합의서가 PSI보다 내용 면에서 더 엄격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그리고 한국이 PSI에 가입하더라도 한국 영해를 지나는 북한 배는 PSI가 아니라 남북해운합의서를 적용하기 때문에 이번 한국의 PSI 참여로 남북 간에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는 건 아니라는 게 한국 정부의 설명입니다.

진행자:

하지만 북한은 예전부터 한국의 PSI 참여를 강하게 반대했지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북한은 한국의 전면적인 PSI 참여를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습니다. 특히 지난 4월 18일에는 북한군 총참모부가 나서서 “서울이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50㎞ 안팎에 있다”면서 한국을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노무현 정부 때도 한국이 PSI에 전면 참여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북한의 반발을 고려했기 때문인데요. 한국 정부의 당국자는 26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북한도 나름대로 PSI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배가 직접적인 대상이 될 것으로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북한 배가 공해상에서 차단돼 충돌이 야기될 우려가 있다는 식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것은 한국의 여론을 분열시키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여전히 한국의 PSI 참여에 반발하고 있잖아요. 그런데도 한국이 이번에 PSI에 전면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배경은 뭐라고 이해하면 되나요?

박성우:

네, 한국 정부가 명목상 내세운 이유는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적 노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위상을 고려할 때 더는 PSI 정식 참여를 늦출 수 없다는 겁니다. PSI가 이제는 국제사회의 안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하나의 보편적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국 정부는 설명합니다. 또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방지를 하나의 정책으로 천명하고 있고, 지난 4월 초에는 PSI를 “제도화(institutionalize)”할 필요성이 있다고도 언급했지요. 이런 배경을 고려할 때, 미국의 우방인 한국의 PSI 참여가 더 필요한 상황이 됐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하지만 ‘왜 하필 한국 정부가 전면적인 PSI 가입을 26일에 선언했나’라는 의문이 생기는데요. 이건 하루 전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다는 사실을 통해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와 그 운반 수단을 개발하고 소유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이 25일 핵실험으로 가시화했기 때문에 한국 정부로서는 전면적인 PSI 참여를 선언함으로써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일종의 경고를 한 셈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은 지난달에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을 때 PSI에 전면적으로 참여하려고 했습니다. 그랬다가 정책 혼선으로 때를 놓치는 바람에 전면 참여를 예고해 두고도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는데요. 한국 정부가 이번엔 다시 실기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갖고 있었던 걸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PSI에 참여해야 한다는 일종의 당위성이 부각된 데다가, 국민 여론도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을 규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현시점을 놓치면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는 거지요.

진행자:

마지막으로 기술적인 문제를 하나 물어보고 싶은데요. PSI나 남북해운합의서를 적용해서 북한의 선박을 한국의 영해나 공해에서 차단할 수는 있는 겁니까?


박성우:

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북한 선박은 현재로서는 남북해운합의서나 PSI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습니다. 먼저, 북한 선박은 한국의 영해를 거치지 않고도 공해상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고요. 또 공해에서 PSI로 차단할 수 있는 북측 선박도 20여 척 정도밖에 안 됩니다. 북한이 현재 국제 항로에서 운항 중인 선박은 모두 380여 척인데, 이 중에 20여 척 정도만 PSI의 영향권에 있다는 말이고요. 따라서 북한이 만약에 대량살상무기를 운반하고자 한다면 이 20척을 사용하지 않으면 되는 상황입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PSI는 좀 더 보완할 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북한이 한국의 전면적인 PSI 참여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겠다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20척 가량의 북한 배가 PSI의 영향을 받는 이유는 뭔가요?


박성우:

네, 설명이 좀 필요한데요. 북한이 국제 항로에서 운항 중인 선박이 모두 380여 척인데, 이 중에 북한 국적의 선박이 350여 척입니다. 나머지 30여 척은 중국에 10여 척을 포함해서 다른 나라 국적으로 등록해 운항하고 있습니다. 먼저, 북한 국적의 선박 350여 척은 다른 나라 국적선과 마찬가지로 공해에서 차단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해석입니다. 왜냐면 공해에서 선박 관할권은 선박 등록국이 갖는다는 게 유엔 해양법 협약 제92조의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유엔 해양법 협약에도 예외가 있습니다. 국적기를 달지 않은 무국적 선박이나 양자 간 협정을 통해서 승선을 허용한 경우는 PSI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양자 간 협정, 그러니까 미국과 ‘승선협정’을 맺은 국가에 북한이 등록해 둔 선박이 10여 척입니다. 또 PSI에 가입한 국가에 북한이 등록해 둔 선박이 10여 척입니다. 그래서 PSI의 영향을 받는 북한 선박은 20여 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네, 그렇군요. 지금까지 한국의 전면적인 PSI 참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박성우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성우: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