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날라” 북 청진항 중국 기술자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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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전쟁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가 북한 전역을 휩쓸자, 중국의 투자자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청진항 3호 4호 부두 공사에 나섰던 중국인들이 대거 철수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북한에서 전쟁 위기 상황이 조성되자 중국의 대북 투자자들이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한 조선족 사업가가 1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중국 연변지방에 있는 이 사업가는 "청진항 서항에서 일하던 중국 기술인력들이 일을 중단하고, 며칠 전 대거 돌아왔다"면서 철수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전쟁이 날 것 같아 불안해 못 있겠다"고 반응했다는 것입니다.

이 사업가에 따르면 북한의 노동자들은 청진항 공사현장에서 적위대 복장을 하고 매일 훈련에 동원됐고, 항을 지키는 해안경비대 군인들도 철갑모를 쓰고 돌아다녀 전쟁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또 청진항에 주재하는 인민보안서 경비대도 어깨와 모자에 위장막을 두르고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돌아다녀 그걸 본 중국인들은 "이러다가 조선에서 진짜 핵전쟁이라도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또 북한 텔레비전에서 미국과 남한을 상대로 핵위협 발언이 이전보다 더 공세적으로 나와 중국 투자자들의 동요가 컸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에서 외부 소식을 전혀 접할 수 없게 된 중국 기술인력들은 일단 사태를 지켜보자는 식으로 하던 일을 접고 일시 귀국했다는 게 소식통의 주장입니다.

지난해 9월 중국 길림성 도문시 소재의 민영기업인 옌벤하이화(延邊海華集團) 그룹은 북한항만총회사와 청진항 3호 4호 부두를 30년간 공동개발, 관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중국 측은 이미 수천만 달러를 투자해 청진항 3호 4호 부두에 설치할 기중기 제작에 착수했고, 수백만톤 규모의 물류를 보관할 수 있는 창고건설도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전쟁이 나면 투자금 모두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중국 기업은 물론 기술자들도 발을 빼기 시작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 사업가는 실제 철수한 중국 기술자들이 옌벤하이화그룹 소속인지에 대해 정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는 "현재 청진시와 나선 일대에 투자한 중국 기업들은 90% 이상이 민영기업이고, 국영기업은 얼마 없다"면서 "개인이 투자했다가, 몽땅 날려도 중국 정부가 보상해준다는 담보가 없기 때문에 지금처럼 위기상황이 지속되면 대규모 대북 투자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중국 연길시의 또 다른 소식통은 "얼마 전 나선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과 북한합영투자위원회 간부가 연변에 들어왔다"면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투자를 꺼리는 중국 기업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걸음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주도로 청진항과 나진항의 일부를 30~50년간 중국에 장기 임대하는 방식으로 공동개발에 나섰지만,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이후 중국의 대북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