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상업상, 김정은 지시 불평 후 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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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서 상업상을 지냈던 리성호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지시에 불만을 표출했다가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의 실각이 장인인 김영춘 국방위 부위원장의 퇴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2년 4월 북한의 내각 상업상에 올랐던 리성호가 지난해 말실수로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통한 북한 소식통은 "리성호가 서해 4군단 섬 방어대 병실과 군관 주택을 새로 지어주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불만을 표출했다가 말이 새는 바람에 숙청되었다"고 1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리성호는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하던 김영춘의 사위로, 장인 덕분에 상업성 부상을 거쳐 상까지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서해 장재도와 무도 방어대를 방문했을 때 군병실과 군관들의 살림집이 너무 허름해 다시 지어주라고 내각 성에 떼 맡기자, 리성호는 비공식 자리에서 불만을 표출했다는 겁니다.

장재도와 무도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있는 북한 섬으로, 이곳에는 한 개 대대가량의 북한군 부대가 섬을 방어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곳까지 물동량을 날아오는데 배를 써야 하고, 또 북한 당국이 수도 건설공사를 각 성급 중앙기관에 맡긴 상태에서 김 제1비서가 또다시 무턱대고 내리 먹이자 간부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이런 김정은 제1비서의 비현실적인 지시에 리성호가 불만을 부리자, 이를 누가 고자질했고, 그가 결국 철칙 되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리성호에게 가해진 처벌 수위와 관련해 소식통은 정확히 파악할 순 없지만, "김영춘의 체면을 봐서 총살형은 면한 것 같다"는 말을 다른 중앙 간부로부터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서해 장재도와 무도는 장성택 숙청의 발단이 된 곳으로, "김정은이 나이가 어리다고 자신을 깔보던 간부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당시 사건을 크게 다룬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장성택도 섬 방어대 군인들의 영양실조 문제를 풀기 위해 수산부업기지를 넘기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불복했다가 화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리성호의 숙청으로 장인인 김영춘 국방위 부위원장도 적지 않은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동북지방에 나온 북한 무역상도 "리성호 사건으로 김영춘이 국방위 부위원장에서 탈락했다는 소문이 간부들 속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면서 "리성호 사건 이후 김영춘은 권력중심에서 완전히 밀려났다"고 말했습니다.

김영춘은 1996년 반 김정일 '쿠테타'로 알려진 '6군단 사건'을 조기 진압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임을 얻은 뒤, 북한 군부의 핵심실세로 승승장구했던 인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