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철 처형, 정책이견 반영 가능성”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숙청한 것으로 전해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붉은 원)이 5월에 방영된 기록영화에 그대로 등장하고 있어 '처형' 여부가 주목된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숙청한 것으로 전해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붉은 원)이 5월에 방영된 기록영화에 그대로 등장하고 있어 '처형' 여부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의 처형설과 관련해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정책방향을 둘러싼 이견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장성택 처형 뒤 중국과 관계가 틀어진 북한이 이번에는 러시아와 관계가 소원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군 서열 2위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불경죄’로 지난달 말 공개처형됐다는 한국 국정원 발표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만약 사실이라면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존 메릴 전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담당 국장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북한 최고위층에서 정책 방향을 둘러싼 다툼이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존 메릴 : 북한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보도와 관측이 어어졌는데요 (김정은이) 자원과 돈을 어디에 투입할 지를 놓고 (군부와) 이견이 생겼을 수 있습니다.

메릴 박사는 최근까지 북한 군부 고위 인사들이 여럿 숙청된 데 반해 경제 담당 관료들은 비교적 순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습니다.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CAN) 국제분석국장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경제 분야에서 기대한 만큼 성과가 없자 정권 내부에서 정치 투쟁을 선동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켄 고스 : 김정은이 경제를 중시하겠다고 여러차례 공언했지만 여전히 경제분야에서 중요한 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상쇄하기 위한 의도일 수 있습니다.

북한 권력체제 연구의 권위자인 고스 국장은 북한 지도부 내에서 권력다툼의 빗장이 장성택 처형 뒤 본격적으로 풀렸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번 현영철 처형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북한의 주요 정책 결정과 추진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북한 내 최고위층조차 김정은 제1비서가 하라고 지시한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데니스 핼핀 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 담당 전문위원은 현영철이 숙청당하기 직전 러시아를 방문해 북러 양국 간 군사협력 강화를 논의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데니스 핼핀 : 김정은은 전승절을 맞아 모스크바를 방문하겠다고 한 뒤 약속을 어기는가 하면 러시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군부 실력자를 곧바로 총살했습니다. 러시아로선 김정은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장성택을 처형한 뒤 북중관계가 소원해진 것처럼 현영철에 대한 처형으로 러시아와 관계도 틀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한편 군부 최고위급 인사의 잇단 처형이 보여주는 김 제1비서의 체제 장악력에 대한 평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렸습니다.

메릴 박사는 누구라도 김 제1비서에 반대하거나 도전하는 세력은 곧바로 제거되고 있다는 점에서 김 제1비서가 권력을 확실히 장악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고스 국장은 잇따른 고위급 숙청이 김 제1비서가 여전히 권력 공고화에 실패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숙청이 권력을 공고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제1비서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