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의 처형설과 관련해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정책방향을 둘러싼 이견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장성택 처형 뒤 중국과 관계가 틀어진 북한이 이번에는 러시아와 관계가 소원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군 서열 2위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불경죄’로 지난달 말 공개처형됐다는 한국 국정원 발표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만약 사실이라면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존 메릴 전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담당 국장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북한 최고위층에서 정책 방향을 둘러싼 다툼이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존 메릴 : 북한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보도와 관측이 어어졌는데요 (김정은이) 자원과 돈을 어디에 투입할 지를 놓고 (군부와) 이견이 생겼을 수 있습니다.
메릴 박사는 최근까지 북한 군부 고위 인사들이 여럿 숙청된 데 반해 경제 담당 관료들은 비교적 순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습니다.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CAN) 국제분석국장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경제 분야에서 기대한 만큼 성과가 없자 정권 내부에서 정치 투쟁을 선동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켄 고스 : 김정은이 경제를 중시하겠다고 여러차례 공언했지만 여전히 경제분야에서 중요한 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상쇄하기 위한 의도일 수 있습니다.
북한 권력체제 연구의 권위자인 고스 국장은 북한 지도부 내에서 권력다툼의 빗장이 장성택 처형 뒤 본격적으로 풀렸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번 현영철 처형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북한의 주요 정책 결정과 추진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북한 내 최고위층조차 김정은 제1비서가 하라고 지시한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데니스 핼핀 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 담당 전문위원은 현영철이 숙청당하기 직전 러시아를 방문해 북러 양국 간 군사협력 강화를 논의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데니스 핼핀 : 김정은은 전승절을 맞아 모스크바를 방문하겠다고 한 뒤 약속을 어기는가 하면 러시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군부 실력자를 곧바로 총살했습니다. 러시아로선 김정은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장성택을 처형한 뒤 북중관계가 소원해진 것처럼 현영철에 대한 처형으로 러시아와 관계도 틀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한편 군부 최고위급 인사의 잇단 처형이 보여주는 김 제1비서의 체제 장악력에 대한 평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렸습니다.
메릴 박사는 누구라도 김 제1비서에 반대하거나 도전하는 세력은 곧바로 제거되고 있다는 점에서 김 제1비서가 권력을 확실히 장악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고스 국장은 잇따른 고위급 숙청이 김 제1비서가 여전히 권력 공고화에 실패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숙청이 권력을 공고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제1비서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