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관련해 우려하는 것은 비단 한국뿐만이 아닙니다. 미국과 국제사회 특히 중국도 이례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양성원 기자와 좀 더 자세한 관련 소식을 알아봅니다.
문: 먼저 지난달 말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 등을 포함한 미북 간 합의가 발표된 지 불과 2주 만에 북한이 로켓 발사 계획을 밝혀서 가장 당황한 것은 미국일 것 같은데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이 북한에 또 속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미국 국무부 측은 북한의 로켓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자 최근 ‘2.29 미북 합의’도 위반한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식량지원에 대한 분배감시와 관련해 미국과 합의한 내용도 지킬지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준비 중이던 대북 식량지원 계획도 일단 보류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만약 북한이 기어이 로켓 발사를 강행한다면 미국도 북한과의 식량지원 약속을 지키기가 힘들 것이란 말도 덧붙였습니다. 미국 국방부 측도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미국의 굳건한 안보공약을 재차 강조하면서 북한이 로켓 발사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문: 중국도 북한의 이번 로켓 발사 계획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요.
답: 그렇습니다. 중국 측도 북한의 로켓 발사계획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요. 중국 외교부 측은 19일 “북한의 위성발사 계획을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으며 우려하고 있다는 뜻을 북한에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훙레이 대변인은 “각 당사자가 냉정함을 유지하고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말했는데요. 지난 16일에도 중국 측은 “북한의 위성발사 계획과 국제사회의 반응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고 그날 저녁 중국 외교부의 장즈쥔 부부장이 북한의 지재룡 주중대사를 따로 불러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평화유지는 관련 당사국들의 공동 책임”이라면서 북한 측의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북한도 동북아 안정에 대한 공동 책임이 있으니 로켓 발사를 자제하라는 주문입니다.
문: 그 밖에도 러시아와 일본, 유럽연합 등도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시하고 있죠?
답: 그렇습니다. 러시아도 북한의 위성발사 계획은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면서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고요, 또 일본은 만일 북한의 로켓이 일본을 향할 경우 요격할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유럽연합도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북한이 로켓 발사를 포기할 것을 촉구했고요. 유엔의 반기문 사무총장도 최근 미북합의를 지키는 차원에서 북한이 위성발사 계획을 재고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문: 한미 양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로켓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왜 그런 것인지 좀 설명해주시죠.
답: 2009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로켓 발사도 하면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2006년 10월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를 금지한다는 결의 1718호를 채택한 바 있는데 2009년 4월 북한이 광명성 2호 위성을 발사한다면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그해 5월 2차 핵실험까지 감행하자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는 (북한의) 어떠한 발사도 금지한다’는 내용의 안보리 결의 1874호가 채택된 것입니다. 따라서 유엔 가입국 192개 중에서 191개국은 인공위성 개발은 물론 이를 위한 장거리 로켓 발사 권리를 가지고 있지만 북한만은 예외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를 위해 장거리 로켓을 이용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핵무기 운반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북한의 핑계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문: 그런데도 북한은 이번에도 장거리 로켓 발사가 평화적 우주개발과 위성 발사용이라고 주장하면서 공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위성발사는 주권국가의 자주권에 속하는 문제’라면서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할 방침을 굳히고 있습니다. 발사 현장을 외국의 전문가와 기자들에게 공개하겠다고 천명했고 이미 국제항공기구와 국제해사기구 등에 광명성 3호 발사용 로켓의 비행경로와 1, 2단 로켓 추진체의 낙하지점까지 통보한 상황입니다. 1단 로켓 추진체는 한국 전라북도 변산반도 서쪽으로 140킬로미터 지점에, 2단 로켓 추진체는 필리핀 동쪽 190킬로미터 지점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문: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장거리 로켓 발사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볼 수 있습니까?
답: 일단 북한 내부용이라는 분석이 유력합니다. 미국이 로켓 발사에 크게 반발할 것을 뻔히 아는 북한이 이번 발사를 강행한다면 이는 다음달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 100회를 맞아 2012년 강성대국 원년을 대내외에 선포하면서 김정은 체제 안정을 도모하려는 내부적인 수요가 중요하다는 설명인데요. 다시 말해 이러한 내부 체제 안정이 미북관계 개선이나 미국의 식량지원을 받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또 북한은 그간 6자회담 등 핵협상과 관계없이 핵무기의 장거리 운송수단까지 개발해 핵무기 체계를 완성하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해 왔는데요. 이를 위해 이번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다는 분석, 또 그렇게 함으로써 앞으로 미국과의 핵 협상에서 북한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도 있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 밖에 오는 4월 11일 실시되는 한국의 총선거와 올해 말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한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 또 이를 통해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고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시도로도 분석되고 있습니다.
문: 북한이 미국과의 합의를 내놓은 지 2주 만에 이를 번복하는 로켓 발사 계획을 발표해 혹시 북한 내부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지난 ‘2.29 미북합의’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사망 후 북한에 김정은 새 지도체제가 들어선 이후 승인된 대외분야의 가장 중요한 결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이를 약 2주 만에 뒤집는 로켓 발사 계획이 발표되자 일각에서는 북한의 외무성과 군부가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고 이를 북한의 어린 지도자 김정은이 제대로 조율하고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미사일 기술 개발이 더 중요한 북한 내 강경파가 대미 협상을 중요시하는 온건파를 견제하기 위해 로켓 발사 강행을 주도하고 있다는 설명인데요. 미국의 빅터 차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국장은 북한의 이번 로켓 발사와 관련해 “젊은 지도자 김정은은 자신의 아버지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꺾는 처사”라면서 “새 지도부가 들어서 오히려 북한에 대한 예측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문: 마지막으로 앞으로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의 로켓 발사와 관련해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으로 전망됩니까?
답: 일단 미국은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하면 계획했던 대북 식량지원 준비도 중단한다는 방침이고요. 또 6자회담 참가국들과 함께 특히 중국을 통해 북한이 로켓 발사 계획을 철회하도록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비교적 북한 입장을 잘 이해한다고 평가받는 미국의 에반스 리비어 전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이번 발표로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면서 미국은 앞으로 북한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문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논의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 때 관건은 역시 중국이 과연 북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지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북한은 과거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 장거리 미사일 발사 뒤 곧바로 1, 2차 핵실험까지 강행했던 전례가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북한이 로켓 발사 후 3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하고 있습니다.
MC: 네, 지금까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과 관련된 국제사회의 우려와 향후 전망에 대해 양성원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