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북한, 우리의 진정성 믿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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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원선 남한 측 구간을 복원하는 공사가 5일 시작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축사를 통해 "경원선 연결은 통일의 출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박 대통령은 "북한은 우리의 진정성을 믿고 용기 있게 남북 화합의 길에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측 정부는 5일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역에서 박근혜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원선 복원 공사 1단계 백마고지-월정리 구간 기공식을 열었습니다. 70년 전 남북 분단으로 끊어진 경원선 철도를 남측 구간부터 복원하기 시작한 겁니다.

서울과 북측의 원산을 잇는 경원선은 1914년 개통됐지만 1945년 남북분단으로 단절됐고 6·25 한국전쟁 때 남북 접경구간이 파괴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오늘 민족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해 온 경원선을 다시 연결시키는 것은 한반도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복원하여 통일과 희망의 미래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남측은 1차단계로 백마고지역에서 월정리역까지 9.3km 구간을 복원합니다. 2단계 공사는 월정리역에서 군사분계선까지 2.4km 구간에서 이뤄질 예정이지만, 이 구간은 비무장지대(DMZ) 내에 있기 때문에 북측과 합의가 선행돼야 합니다.

경원선은 남한의 서울과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잇는 최단거리 노선입니다. 경원선이 남북한 운행을 재개하면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연결돼 전체 유라시아 철도망을 구축하게 되는 셈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앞으로 경원선이 복원되면 여수와 부산에서 출발한 우리 기차가 서울을 거쳐 철원과 원산, 나진과 하산을 지나 시베리아와 유럽을 연결하게 됩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진군을 알리는 힘찬 기적 소리가 한반도와 대륙에 울려 퍼지게 될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말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전세계 인구의 75%, 육지 면적의 1/3을 차지하는 유라시아대륙을 한반도와 연결하고 물류와 교통망, 에너지 기반시설을 구축해 인류 공동의 번영을 이루겠다는 구상입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박근혜 대통령은 말하면서 “북한도 이제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하고 변화의 길을 선택해 함께 번영하고 발전하는 미래를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애초 남측 정부는 광복과 분단 70주년을 맞이해 경원선 복원 사업을 북측과 함께 추진하길 희망했지만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당국 간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박 대통령은 “오늘의 이 역사적인 순간을 남북 주민 모두가 함께 기념할 수 있기를 기대해 왔다”면서 “남북은 하루속히 손을 맞잡고 한반도의 끊어진 대동맥을 잇는 평화통일의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우리는 남북 협력을 통해 북한 경제를 발전시키고 북한 주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나갈 것”이라면서 “북한은 우리의 진정성을 믿고 용기 있게 남북 화합의 길에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기공식 참석에 앞서 2012년에 복원된 신탄리역에서 백마고지역까지의 구간을 열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실향민, 탈북자 등과 환담을 나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