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막바지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국과 함께 김정은 정권을 교체하면서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문은 여전합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28일 북한 김정은 정권의 교체를 트럼프 행정부의 명시적 대북정책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과 협력해 전체주의 성격의 김정은 정권을 권위주의 친중 정권으로 교체하고 미국은 그 정권을 인정해 한반도 분단을 기정사실화하는 대신 북한 핵을 제거한다는 게 그 주장의 핵심입니다.
만일 중국이 이러한 제안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측과 전면적인 대결 속에서 김정은 정권 교체 뿐 아니라 북한 자체를 붕괴시켜 한국 중심의 한반도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다소 극단적인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는 반응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 정책은 끝났고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찾겠다고 공언하긴 했지만 막상 뾰족한 수를 찾을 수 없는 곤혹스런 상황이 반영됐다는 설명입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김현욱 교수는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 정권 교체 시도가 중국 입장에서 너무 위험하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현욱 교수 : 중국으로서도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킬 수 있는 옵션이 많지 않고 오히려 한반도에서 위기가 더 고조될 수 있습니다. (정권교체 시도가) 실패할 경우 한반도는 물론 중국에까지도 핵위기 상황이 닥칠 수 있어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중국이 미국 측에 협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봅니다.
김 교수는 또 오는 5월 한국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 진보 성향의 차기 정부가 김정은 정권교체 시도에 찬성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루디거 프랑크 교수도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 정권을 친중 정권으로 교체한 후 한반도 분단을 기정사실화 한다는 부분은 아무리 북핵이 제거된다해도 한국 정서상 도저히 용납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프랑크 교수는 한반도의 영구 분단을 옹호하는 세력은 한국의 친구일 수 없다며 남북한은 장기적으로 통일 한국을 이룩해 국력을 배가하고 중국과 미국 사이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상태로 미중 양국과 동시에 평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프랑크 교수는 또 엄청난 인명 피해를 수반할 대북 군사적 옵션은 실현 가능한 대안이 아니라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이념적이고 원칙적 접근으로는 아무런 해결책도 도출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프랑크 교수는 미국이 대북정책 목표를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인지,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문제인지 아니면 핵무기를 확산하는 게 문제인지 차분하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확산시키지 않도록 만든다는 실용적인 목표를 정한다면 얼마든지 북한과 협상을 통한 타협이 가능할 것이란 게 프랑크 교수의 주장입니다.
프랑크 교수 : 만일 우리가 이념보다는 사안 자체에 초점(issue-oriented)을 맞추고 평화를 원하고 비확산을 중시한다면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국립외교원의 김현욱 교수도 사견임을 전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초기엔 중국과 대립하며 강경한 대북압박 정책을 구사하겠지만 결국 북한과 일단 이른바 ‘핵동결’ 협상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에 곧 진보 성향의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고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 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며 중국은 미국에 대북대화 재개를 줄기차게 권유할 것이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