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TV, 예술로 종교에 대한 공포심 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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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C: 북한 당국이 예술을 통해 주민들로 하여금 종교에 대한 공포심을 갖게 하고, 정치적인 세뇌도 일삼는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홍알벗 기자의 보도입니다.

[배경음악]

서양사람의 얼굴을 한 가톨릭, 즉 천주교 수도자가 나타나 어린 남자아이를 나무에 묶고 십자가를 흉기처럼 이용해 목숨을 빼앗습니다.

아들의 죽음을 목격한 아이 엄마가 오열을 터뜨리자 무대 뒤에 '잊지 말라 미제의 만행을'이란 글귀가 큼지막하게 나타납니다.

최근 북한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된 것으로 보이는 '설화무용 미제는 승냥이'라는 제목의 발레 공연 중 한 장면입니다.

지난 3월 말 동영상 전문 웹사이트인 유투브에 올라온 이 한 시간짜리 동영상은 정체불명의 해커들이 북한 방송국 프로그램 전산망을 뚫고 들어가 빼왔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조회수가 한 달 만에 30만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미국의 가톨릭 전문지인 처치 밀리턴트(Church Militant)는 이 동영상이 신성모독일 뿐만 아니라 북한 당국이 의도적으로 서양종교를 비하하고 엉망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매체는 국제자선단체인 세계기독교연대의 벤 로저스(Ben Rogers, Christian Solidarity Worldwide) 동아시아 팀장을 인용해 “북한의 교육목표는 김일성 주석을 우상화하는 것이고, 많은 북한 주민들은 종교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다”고 전했습니다.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북한 당국이 특정 종교의 수도자를 승냥이로 둔갑시켜 주민을 괴롭히는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은, 시청자인 북한 주민들이 서양종교에 대해 공포심을 갖게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입니다.

더군다나 발레라는 예술공연 중간에 ‘잊지 말라 미제의 만행을’이란 문구를 넣는다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것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한편, 이 매체는 북한에서의 종교활동은 철저히 억압받고 있다며, 특히 기독교인이 몰래 종교활동을 하다 북한 당국에 적발되면 대부분 ‘관리소’에 수감돼 엄한 처벌을 받는다고 소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