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최근들어 백악관을 핵으로 공격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등 미국에 대한 위협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남한의 국방부는 "북한의 경거망동은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맞받았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정전협정 체결 61주년을 기해 남한과 미국 정부를 겨냥하는 격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은 27일 평양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이른바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핵 공격까지 감행할 수 있다며 미국을 위협했습니다.
위협 대상은 구체적입니다. 미국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백악관과 국방부를 뜻하는 ‘펜타곤’은 물론이고 미국의 대도시들을 향해 “핵탄두 로켓을 발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황 총정치국장의 이같은 발언은 28일자 로동신문에 보도됐습니다.
북측이 이른바 ‘전승절’ 기념일에 내놓은 발언이라고 치더라도 군 서열 1위인 총정치국장이 백악관과 국방부 건물을 타격 대상으로 지목한 건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김정은 제1비서의 주한미군을 “쓸어버려야 한다”는 발언도 눈에 띕니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김 비서가 남한의 주한미군 기지 공격 계획에 따른 미사일 발사 연습을 직접 점검하고 주한미군을 “하루빨리 이 땅에서 쓸어버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북측이 주한미군을 공격 대상으로 삼은 미사일 발사 연습을 공개하고 주한미군을 제거해야 한다는 김정은의 발언을 보도한 것도 이례적입니다.
남한의 국방부는 강경하게 반응합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 북한이 우리 군과 주한미군에 대해서 계속 위협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의 경거망동한 행동입니다. 북한의 이런 행동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 라는 것이 우리들의 입장입니다.
전문가들은 북측이 미국에 맞서 싸워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7.27 전승절을 맞아 호전적 발언을 내뱉으며 주민들의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하고 내부 단결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마디로 북한 내부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뜻입니다.
이밖에 미국을 향해서도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의 대북 압박정책을 포기할 것을 촉구하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했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 미국의 대북 정책에 끌려가지 않겠다, 북핵 정책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거죠. 북한이 판을 주도하면서, 미국을 흔들면서 가겠다는 차원에서 강한 벼랑끝 시위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북한의 위협에 흔들릴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9월에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난 이후부터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같은 고강도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북측은 지난 4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내고 11월 미국에서 치뤄지는 중간선거를 거론하며 “핵실험에 시효가 없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