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에 북한 당국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러시아가 애써 이 문제를 외면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3일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독극물에 암살된 이후 수사망이 점차 좁혀지면서 북한이 배후에 있다는 정황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북한 대사관 소속 외교관과 현지 고려항공 직원이 김정남 암살에 연루됐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이번 사건에 애써 무관심하고 외면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기자 설명회에서 러시아가 이번 사건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설명회 초반 기자들이 김정남 암살이 아시아 정세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러시아의 역할을 묻자 이같이 잘라 말했습니다.
아예 ‘이번 사건과 관련한 질의를 러시아 정부에 하는 것 자체가 놀랍다’고까지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관련 정보는 이번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국가에 물어야 한다며 사건 조사가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의 소관이라고 말했습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설명회 중반 한 기자가 러시아 외교부가 이번 사건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가를 재차 묻자 ‘15분 만에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며 면박을 주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당국의 이 같은 태도는 중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북한을 직접 거명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과 맞닿아 있다는 지적입니다.
러시아와 중국의 소극적 태도는 한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 김정은 정권의 잔혹성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과 대비됩니다.
한국 외교부는 23일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을 이끌어 내기 위한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펼칠 계획을 분명히 했습니다.
임성남 한국 외교부 1차관: 북한 정권의 잔혹성과 폭력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가운데 대북규탄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 관련, 양자 다자 차원의 조치를 검토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한국 정부는 다음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도 이번 사건을 거론할 계획입니다.
북한이 이번 사건을 ‘모략’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김정남 암살을 둘러싸고 한국과 러시아, 중국 사이에도 외교적 긴장이 점차 높아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