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최근 새로운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발표하긴 했지만 남북한 간 대화와 관계 진전에 걸림돌을 만들 생각은 없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미국은 적어도 다음 달 말 한미 합동군사 훈련 전까지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을 관망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소니 영화사 해킹의 배후로 북한을 거듭 지목하면서 지난 2일 새해 벽두부터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이러한 미국 정부의 대북 강경입장이 최근 조심스럽게 추진되고 있는 남북한 간 대화나 관계 개선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미국 전문가들은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에 걸림돌을 만들려는 의사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알렉산더 만수로프 겸임교수는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오바마 행정부가 오히려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유보함으로써 남북대화의 기회를 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만수로프 교수 : 남북한 양측 모두 고위급 정치대화를 새로 재개하려는 의지가 분명히 있습니다. 미국은 이러한 남북대화의 기회를 앗아간 책임을 지길 원치 않습니다. 또 남북대화의 걸림돌로 비춰지는 것도 원치 않습니다.
만수로프 교수는 5일 미국 국무부 측이 이번 대북제재 행정명령 외에도 다른 대응조치가 논의되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이는 오는 2월 말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시작하기 전까지 남북대화에 진전이 없고 북한이 재차 도발할 경우에 추가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촉구하는 미국 의회의 강경한 입장과 관련해서도 미국의 외교정책 이행은 의회보다는 행정부의 의지에 의해 대부분 좌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만수로프 교수는 북한이 한국에 최고위급 대화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이는 배경엔 한미 동맹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면서 북한의 진정성, 또 남북대화 진전 가능성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미국 터프츠(Tufts)대학의 이성윤 교수도 남북대화 진전 여부는 미국의 대북 강경입장에 영향을 받기 보다는 오히려 북한 측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성윤 교수 : 변수는 북미관계가 아닙니다. 북한하기 나름입니다. 김정은 입장에서 주도적으로 대화를 하자 그러면 (남북)대화를 재개할 동기는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미국 사회과학원(SSRC)의 리언 시걸 박사도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제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방해할 의사는 없다면서 남북대화 진전은 남북한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앞서 북한 측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내비친 데 대해 “미국은 남북관계 진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