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인터뷰] 스티븐 해거드 “미 재무부 조치, 유엔 대북제재보다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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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미국 재무부가 6월1일 북한을 처음으로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지정함으로써 국제금융망에 대한 접근을 완전 차단했습니다. 이번 조치로 북한과 암암리에 거래해온 제3국, 특히 중국 지방의 소규모 은행들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북한 현안과 관련해 전문가 의견을 짚어보는 <집중 인터뷰>, 오늘은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북한 전문가 스티븐 해거드(Stephan Haggard) 박사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진행에 변창섭 기잡니다.

기자: 북한이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지정됨으로써 북한은 미국과 금융거래가 전면 금지될 뿐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제3국의 금융기관도 북한과 거래할 수 없게 됐는데요. 미국 정부가 왜 하필 이 때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지정했는지 궁금한데요?

해거드: 우선 시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미국 재무부의 이번 결정은 얼마 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에 대한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킹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것 같습니다. 미국 정부가 이번 결정을 취한 주안점은 국제사회의 대북 금융자금원을 단절하는 내용이 포함된 유엔 대북제재 결의 2270호를 이행했다는 겁니다. 국제금융체제에 대한 북한의 접근을 막기 위해 지난 2월 미 의회에서 통과된 대북금융제재법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다시 말해 이번 조치와 관련해 이런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고, 특히 미국의 대북 제재 역사상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난 2005년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대한 금융 제재효과도 이번 조치의 배경이 됐습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미국의 이번 조치가 북한의 금융 전반에 커다른 충격을 줄 것이란 말인가요?

해거드: 그렇다고 봅니다. 북한의 어떤 금융기관도 원칙적으로 외국의 상대은행과 거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문제는 이행인데요. 그런 점에서 과거 미국 재무부가 취한 이 같은 조치가 얼마나 큰 효과를 가져왔는지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가지 알아둘 점은 엄밀히 말해 이번 조치는 대북 제재라 하기 보다는 북한이 돈세탁 관할 범위 내의 우려대상국이란 점을 미국 재무부가 확인했다는 겁니다. 이번 조치에 따라 미국 금융기관은 외국의 상대 금융기관에 대해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를 알려야 하고, 이에 따라 해당 외국 금융기관은 조치의 시행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겁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그 어떤 공식적인 대북제재보다 더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중국이든 러시아든 중동이든 해당국 은행들은 미국 금융기관과 연관을 갖고 있고, 미국의 이번 조치를 따를지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는 정부가 아닌 바로 이들 금융기관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번 조치를 중국이나 러시아 금융기관이 아닌 정부가 따라야 한다면 이행 의지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금융기관과 관계를 지속할지 여부를 고려해야 하는 주체는 중국 정부나 러시아 정부가 아닌 해당국 은행이고, 그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다국적 혹은 쌍무적 대북제재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기자: 이번 조치는 특히 북한과 거래해온 중국의 금융기관, 특히 지방의 소규모 은행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은 미국의 이 같은 조치를 “일방적”이라면서 비난했는데요. 유엔의 대북제재에 동참한 중국의 이런 반응이 좀 놀랍지 않습니까?

해거드: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중국은 이런 식의 조치를 취하려면 다국적인 방법으로 해야 하고, 그래야 중국도 동의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미국 재무부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중국 정부나 관리들이 분노하는 까닭은 지방 은행들에 대한 통제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 지방의 소은행들은 북한과 계속해서 거래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이 미국의 은행 결제체계를 활용할 필요가 없는 한 말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결제체계에 대한 접근이 정말 필요하다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미국의 조치를 따를 필요가 없다는 중앙정부의 지시가 없는 한 이들 은행은 스스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북한 계좌를 폐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중국이든 러시아든 중동이든 미국의 은행 결제체계에 의존하지 않는 은행들이 과연 존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엔 그런 은행은 극히 드물 겁니다. 중국 지방의 소규모 은행이라도 고객 가운데는 달러화로 무역거래를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그렇게 되면 북한이 대외무역 거래에서 달러화를 완전히 배제하고 다른 화폐를 사용하지 않을까요?

해거드: 말씀하신 대로 그 경우 북한이 달러화가 아닌 중국 인민폐나 러시아 루블화로만 대외거래를 하도록 몰고갈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도 별 소용이 없을 겁니다. 관련 외국은행이 북한 고객에 대해 미국 재무부의 지침에 따라 거래를 중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가 분노하는 까닭도 바로 이 점입니다. 중앙정부가 선호하는 방침과 상관없이 미국 재무부의 지침이 이런 식으로 중국의 금융기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바로 이런 효과 때문에 대북제재 강경론자들은 미국 재무부의 이 같은 제재를 오랫동안 강력히 주창해왔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이 결국은 현금거래에만 의존할 수도 있겠죠?

해거드: 그렇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북한이 현금으로만 대외 무역거래를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금 거래도 미국 재무부의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는다는 게 문제이죠. 중국이든 러시아든 아니면 다른 나라이든 해당국의 소규모 은행들은 미국 재무부의 이번 조치에 따라 대북 거래를 과연 지속하는 게 현명한지 여부를 재평가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네, 말씀 감사합니다. <집중 인터뷰> 이 시간엔 미국 재무부가 처음으로 북한을 ‘자금세탁 주요 우려대상국’으로 지정한 데 따른 문제를 스티븐 해거드 박사와 함게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