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과 관련해 강경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결국 대북제재의 성패는 국제사회, 특히 중국의 지지와 협조를 어떻게 이끌어 내는가에 달렸다고 미국의 대북제재 전문가가 주장했습니다. 지난달 존 박 하버드대 연구원과 공동으로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집중 파해친 논문 '북한의 교역 제지 (Stopping North Korea, Inc.: Sanctions Effectiveness and Unintended Consequences)'를 발표한 짐 월시 MIT대 연구원은 30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중국은 결국 핵무장한 북한의 붕괴가 가져올 혼란보다는 중국 기업과 은행이 미국의 독자제재로 입을 손해를 감수할 것이라며 대북제재에서 중국과 사전 조율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월시 연구원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지난 주 북한과 불법 거래한 혐의로 미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첫 독자제재를 단행했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짐 월시: 저는 북한문제와 관련해서 실질적인 진전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 협력할 때만 이룰 수 있다는 입장을 누차 밝혔습니다. 미국이 북한문제에 있어서 중국과 동반자로 함께 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미국이 중국과 사전 조율을 거쳐 중국 기업에 대해 북한과 관련한 3자 제재를 가하는 건 좋습니다. 중국이 법을 어긴 중국 기업에 대한 조사와 처벌을 주도하도록 하는 거죠. 이런 점에서 ‘무엇(what)’을 제재하는가 보다는 ‘어떻게(how)’ 제재하는가가 중요합니다. 미국은 이번 제재를 통해 중국의 은행과 기업들에 대해 북한과 협력할 경우 대가가 따를 것이라는 경고를 보냈습니다. 이번처럼 중국과 협력해서 이런 조치가 내려져야 합니다. 미국이 중국과 사전 협조없이 다수의 중국 기업을 제재한다면 중국으로선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협력하길 꺼릴 겁니다.
기자: 말씀하신 대로 이번 조치는 미국이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중국이 자국 기업에 대한 조사와 처벌에 나섰다는 점에서 미국과 중국이 대북제재에서 서로 협력한 사례가 될 듯한데요?
짐 월시: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사실 저와 제 동료인 하버드대 존 박 박사가 장문의 보고서를 작성해 미국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설명했습니다. 양국 정부 모두 큰 관심을 보였는 데요, 첫번째 제안이 미국과 중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중국이 북한과 불법 거래한 중국 기업을 반부패법 등 국내법을 적용해 처벌하는 거죠. 이게 이상적입니다. 반면 미국 의회에서는 더 많은 중국기업을 제재하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기업을 제재하면 중국이 압력을 느낄 거라는 건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이런 압박은 역효과를 부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자: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더 압박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데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시군요.
짐 월시: 의회와 저는 북한 정권의 불법행위에 이용되고 있는 국영무역회사인 소위 ‘북한주식회사(North Korea Inc.)’와 중국의 협력사를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인데요, 미국이 중국기업에 대해 중국과 사전 협의없이 독자제재를 가할 경우 중국은 상충하는 이익을 따질 겁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의 붕괴와 몇몇 중국 은행과 기업이 미국의 제재를 받는 것 중 뭐가 더 중국에 해로울 까요? 중국으로선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의 붕괴를 피하는 게 핵심 이익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라며 사전 협의도 없이 중국 기업을 제재한다면 중국이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협력할까요? 북한 문제와 관련한 의회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이건 얼마나 강경하게 대처하는가의 문제라기 보다는 얼마나 현명하게 대처하는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대북제재의 효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과연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짐 월시: 제재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능은 아닙니다. 북한 문제가 제재만으로 해결될 사안이었다면 이미 해결됐겠지요. 제재는 하나의 정책 수단으로 다른 정치적 수단과 함께 사용돼야지 그 자체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이란의 경우도 제재가 이란에 경제적 압박을 가할 수 있었지만 결국 협상 즉, 외교를 통해 (핵 포기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냈습니다.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목소리가 계속될 걸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대북제재는 국제사회와 중국이 지지할 때만 효과적입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현재 각국의 대북접근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짐 월시: 기복이 심한 상황입니다. 지난 수 년 동안 ‘전략적 인내’ 정책을 통해 사실상 북한 문제를 외면했지만 현재는 북한 문제를 더 진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건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 이후에 한꺼번에 강경책만 쏟아지고 있는 건 우려스럽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갑자기 강력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중단하는 건 북한 정권이 아니라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습니다. 반면 한국이 각국을 상대로 북한과 관계 단절을 촉구하는 외교를 펼치고 있는 데 이런 외교적 접근법은 효과적입니다. 중국의 경우도 북한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제안에 좀 더 열린 자세를 취하고 있는 듯합니다. 사드,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결정 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헝클어질뻔 했던 미국과 중국의 협력이 북한의 5차 핵실험 뒤 재개될 계기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북한문제를 놓고 현재 이뤄지고 있는 미중 간 협력 역시 앞으로 지역내 다른 갈등으로부터 영향을 받게 될 걸로 예상됩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