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고위급 인사들이 다녀갔다고 해서 5.24 대북제재의 원칙을 재고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8일 말했습니다. 류 장관은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가 없이는 5.24 제재의 해제가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북측 고위급 인사 3명이 지난 4일 인천을 다녀간 이후로 남측에서는 5.24 대북 제재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도 의원들 사이에서 엇갈린 주장이 나왔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해제해야 한다’는 의견과 북측의 책임있는 조치가 없기 때문에 ‘해제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맞섭니다.
이런 가운데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북측 고위급 인사들의 방문을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자는 생각은 분명히 있지만, 5.24 조치 등 그동안 견지한 대북 정책의 원칙을 재고한다든지 그런 것은 없다”면서 기존의 원칙을 지킬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5.24 문제라든가 금강산 문제, 이런 것들은 결국 남북이 같이 머리를 맞대고서 얘기를 하나씩 해봐야 하는 문제들이지, 저희가 고위급 방문단이 왔다고 해서 그런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거나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다만 류 장관은 5.24 제재의 해제 문제와 금강산 관광의 재개 문제처럼 북측이 논의하길 원하는 의제도 “남북 고위급 접촉이 개최되면 탁자 위에 올려놓고 다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로 논의해서 극복해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덧붙입니다.
지난 주 황병서 일행이 인천을 찾았을 때 남북 양측은 오는 10월말에서 11월초에 제2차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남한 정부는 5.24 제재의 해제를 위해서는 북측의 “책임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당국자들은 “책임있는 조치”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5.24 대북제재 조치는 천안함 사고 발생 2개월여 뒤인 2010년 5월 24일 실시됐습니다. 중요 내용은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교역의 중단, 대북 신규 투자 불허,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대북 지원사업 보류, 북측 선박의 남측 해역 항해 불허, 남측 국민의 방북 불허 등입니다.
지난 4년여 기간 동안 제재는 상당 부분 완화됐지만, 제재의 핵심인 교역 중단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5.24 이전에 북한은 남한과의 교역을 통해 연간 3억달러 가량을 벌어들였습니다.